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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사면초가에 빠진 현대자동차의 앞날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엔저 지속에 중국 자동차시장의 경쟁심화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차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 주가가 폭락한 것도 이런 위기론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현대차 위기론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도 강하다. 현대차가 하반기 신차를 출시하고 현대차 내부에서도 환율에 대한 대응을 준비했던 만큼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현대차도 지금 상황이 위기인 것은 맞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 현대차 위기론 과도하다
HMC투자증권은 4일 현대차 위기론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환경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증시의 반응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엔저로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지만 최근 급격한 움직임은 없었다”면서 “엔저보다 달러 강세 상황에서 신흥국 환율과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더 본질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의 현대차 판매부진을 제품 자체의 상품성이나 본원적 경쟁력의 심각한 저하로 확대하는 것 역시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부진은 추가로 악화하기보다 꾸준한 신차투입을 통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지금이 위기는 맞지만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차가 이를 극복할 만한 체력을 갖춰 놓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 환율변화에 따른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 양재동 본사에 있는 글로벌 종합상황실 근무 인력을 늘리고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강화했다.
현대차는 또 단기적으로 결제통화를 다양하게 해 환율에 따른 손실을 줄이고 국가별 전략차종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는 등 시장 맞춤형 전략을 세워뒀다.
하반기에 신차 출시가 대거 예정된 점도 현대차에게 고무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북미와 유럽, 중국 등에 신형 투싼을 출시한다. 현대차는 신형 투싼을 올해 28만 대 판매하고 내년부터 연간 57만 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아반떼의 완전변경 모델도 5년 만에 내놓는다. 아반떼는 1990년 출시된 뒤 지난해까지 세계에서 1천만 대가 팔린 현대차의 주력모델이다.
◆ 여전히 어두운 전망
하지만 현대차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여전히 많다. 특히 엔저라는 변수를 현대차가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증권 전문가들도 당분간 현대차가 눈에 띄는 실적 반등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라는 큰 흐름이 바뀌지 않을 경우 현대차의 고전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며 “신차를 하나 내놓는다고 해서 현재의 어려움이 단번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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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뉴 투싼과 곽진 현대차 부사장 |
현대차가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점도 현대차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현대차 판매량은 지난달 미국과 중국에서 일제히 감소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경기가 좋아지고 유가도 하락해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은 현대차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 자동차회사들의 품질수준이 올라오면서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시장은 현지 자동차회사들이 출시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상품성을 개선하고 가격경쟁력도 갖추며 판매돌풍을 이어가고 있고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도 가격인하에 나서 영업환경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전략 필요
현대차가 중국에서 새로운 판매전략을 짜야한다는 지적도 높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4일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의 목표주가를 내리며 “중국에서의 실적부진과 주요시장의 경쟁심화에 따른 비용증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중국시장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이날 현대차가 중국에서 판매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신형과 구형 모델을 함께 판매하고 있고 다른 시장보다 한발 늦게 신차를 투입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전략은 전면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효과적 판촉전략 역시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