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철강제품 재고가 증가하면서 중국산 철강제품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월 둘째 주(10일~14일) 중국산 판재류(열연강판+후판)의 재고는 473만 톤으로 집계됐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재고가 19.5% 늘었으며 재고 증가세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중국산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 3843위안(65만 원가량), 후판 가격은 톤당 4192위안(71만 원)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보다 가격이 각각 3.6%, 3.3%씩 낮아졌다.
반면 한국산 열연강판과 후판은 모두 톤당 74만 원에 거래됐다.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셈이다.
안 사장으로서는 중국의 낮은 판재류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2019년 하반기 현대제철의 판재류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사들이 중국의 저가물량을 대안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 사장은 고객사들과의 상반기 판재류 가격협상에서도 판재류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일부 고객사들이 중국산 물량의 수입 비중을 늘리겠다며 압박하자 가격을 동결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는 현대제철의 실적 부진으로 되돌아왔다.
현대제철은 2019년 상반기 매출 10조3949억 원, 영업이익 484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이 1.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7.7% 줄어드는 것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철강제품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상승해 현대제철의 고로 원가부담이 높아져 철강사업 수익성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제철은 판재류가 2018년 매출의 61.6%를 냈을 정도로 판재류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안 사장이 현대제철 철강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판재류 가격 인상이 절실하다.
만약 안 사장이 중국산 저가물량 탓에 하반기 판재류 가격도 인상하지 못한다면 현대제철의 수익성 부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초까지만 해도 철광석은 톤당 90달러 이상에 거래됐는데 톤당 70~80달러였던 평년 가격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철광석 가격은 떨어지기는 커녕 더 치솟고 있다. 6월 둘째 주 철광석은 톤당 109달러에 거래됐고 13일의 현물 가격(스팟 가격)은 110달러로 2014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10달러를 돌파했다.
철광석 가격이 철강회사들의 실적에 반영되는데 1개 분기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은 3분기에도 높은 고로 원가부담을 짊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안 사장이 4분기에 실적 반등을 노리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2월부터 4월까지 브라질과 호주의 주요 광산회사들이 댐 붕괴나 사이클론 등 재해에 휘말려 철광석 공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브라질 미나스리오, 호주 마운트깁슨, 콩고 엑사로 등의 신규 광산이 철광석 출하량을 늘리며 공급 부족이 완화될 기미는 보인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중국 항구의 철광석 재고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어 신규 광산들의 출하량 증가분이 공급 부족분을 상쇄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하반기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대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현대제철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매출이 16조7624억 원에서 20조7804억 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4911억 원에서 1조460억 원까지 해마다 줄었다.
올해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안 사장이 하반기 판재류 가격 인상에 실패한다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 1조 방어선은 올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어 철강제품 가격을 높이고자 하는 의지는 있다”면서도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철강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제철만 가격을 올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고객사들이 현대제철 제품의 수급 비중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제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