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06-10 14:13:45
확대축소
공유하기
‘사회 초년생의 첫 차’로 불렸던 현대자동차의 아반떼가 국내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세단시장의 축소가 인기 둔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된 차체 디자인도 소비자의 외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제법 많다.
▲ 현대자동차 '2019년형 아반떼'.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5월에 아반떼 연식변경모델을 출시하며 아반떼 판매량을 끌어올리는데 나섰지만 성과는 저조하다.
현대차는 5월에 국내에서 아반떼를 모두 4752대 판매했다.2018년 5월보다 판매량이 27.6% 줄었다. 이는 올해 월별 판매량 기준 꼴찌다.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한 지 8개월만에 투입한 연식변경모델이라는 점에서 현대차로서는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표가 뼈아플 수 있다.
현대차는 6세대 아반떼의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한지 약 8개월 만인 5월7일 '2019년형 아반떼를 내놓았다.
모든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에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하고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옵션 조합을 패키지로 묶은 ‘베스트초이스’ 옵션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상품성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반떼의 판매량의 '후진'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1~5월에 판매된 아반떼는 모두 2만6530대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1.2% 줄었다.
최근 수 년 동안 아반떼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판매 부진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2016년만 해도 아반떼를 연간 9만3794대 판매했지만 2017년 8만3830대, 2018년 7만5831대로 판매량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기간 연간 10~11% 판매량이 줄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판매량 추이(-11.2%)를 심각한 상황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2015년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출시 이후 소형 SUV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아반떼를 포함한 준중형급 세단시장의 규모 자체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대차가 아반떼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하면서 신차급 변화를 이끌어낼 정도로 힘을 실었다는 점에서 시장 대응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급작스러운 디자인 변화가 아반떼의 큰 약점이 됐다는 목소리가 아반떼 관련 소비자 커뮤니티에 넓게 자리잡고 있다.
구민철 현대차 의상디자인실장은 2018년 9월 초 아반떼의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하면서 “지면을 스치듯이 낮게 활공하는 제트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역동적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화살 모양에서 디자인의 여러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 아반떼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이뤄져 현대차가 ‘과감한 도전’으로 아반떼의 부활을 이끄는데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삼각형 모양이 도드라진 헤드램프 디자인 탓에 아반떼는 실제 고객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대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부분변경모델을 ‘삼각떼(삼각형이 무리지어 있는 모양과 아반떼의 합성어)’라고 불리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단 시장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확고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반떼의 판매 둔화를 이 현상으로만 설명하기는 힘들다”며 “최근 새로 나온 쏘나타는 아반떼와 달리 디자인 측면에서 호평을 주로 받으며 최다 판매모델의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반떼의 실패 요인을 가격 측면에서 찾는 시선도 있다.
현대차는 아반떼의 판매가격을 1411만~2454만 원에 책정해놓고 있다. 경쟁 차종인 기아차 K3(1571만~2199만 원), 르노삼성차 SM3(1444만~1763만 원)과 비교해 최대 300~700만 원가량 비싸다.
중대형 세단시장과 비교해 가격 차이가 매우 크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준중형급 세단을 찾는 고객 대다수가 20~30대 사회 초년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가격 차이가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