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C(장외주식거래)시장의 대표기업인 지누스가 하반기에 14년 만에 코스피로 ‘금의환향’하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예상 시가총액 규모가 1조 원을 웃돌고 있어 최근 기업공개시장에서 사라진 조 단위 ‘상장대어’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리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누스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을 청구하고 하반기에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지누스는 침대 매트릭스 제조업체로 지난해 매출 6218억 원, 영업이익 531억 원을 냈다.
지누스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 ‘K-OTC’에서 7일 기준 시가총액 9620억 원으로 포스코건설(1조3253억 원)에 이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월2일 시가총액 6225억 원에서 50% 넘게 뛰었다.
K-OTC시장은 금융투자협회가 비상장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해 문을 연 장외 주식거래시장으로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기업의 주식이 거래된다.
지누스는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K-OTC시장에서 오랫동안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현대아산과 SK증권을 모두 밀어냈다.
올해 기업공개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조 단위의 기업공개 예정기업들이 상장일정을 미루거나 철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누스는 예상 기업가치가 1조 원을 웃돌며 대어급 상장기업의 명맥을 이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지누스는 코스피 상장사였지만 2005년 5월 경영악화에 따른 적자로 상장폐지됐다가 이번에 14년 만에 코스피 재입성을 노리는 것이다.
지누스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이윤재 회장은 1979년 텐트회사인 진웅을 세워 10여년 만에 글로벌 텐트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벤처붐이 일던 시기인 2000년에 회사 이름을 지누스로 바꾸고 사업 확장을 추진하다 2004년 화의(채권단 공동관리)를 거쳐 2005년 유가증권시장에서 퇴출당했다.
그뒤 이 회장은 주력업종이었던 텐트 제조사업을 미국계 사모펀드(PEF)에 넘기고 새 주력업종을 침대 매트리스 제조로 바꿨다.
지누스는 30여 년 동안 텐트사업을 펼치면서 쌓아뒀던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와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빠른 시간에 사업기반을 갖췄다.
특히 2015년부터 택배배송이 가능할 만큼 침대 매트리스를 압축 포장하는 기술을 앞세워 미국 아마존과 월마트, 코스트코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며 큰 성공을 거뒀다.
지누스는 지난해 매출 6218억 원 가운데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95%, 캐나다시장이 2.89%를 차지하고 있다.
지누스 관계자는 “매트리스, 침실가구류 등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거실가구, 주방가구, 사무용 가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 중국, 호주 및 유럽 등으로 지역적 확장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누스 지분 43.68%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50.39%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신주 발행을 통해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특수관계자 지분 일부를 구주매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카페24가 K-OTC에서 코스피로 화려하게 입성하면서 K-OTC에서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며 “지누스가 얼어붙은 기업공개시장을 뚫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