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궁지에 몰리며 스마트폰사업에서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화웨이 제재에 따른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에 힘입어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갤럭시폴드' 출시 지연 등 악재를 극복하고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맞았다.
3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올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목표치에 미달할 공산이 크다.
전자전문매체 폰아레나가 인용한 대만 KGI증권 분석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8천만 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화웨이의 자체목표인 2억7천만 대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KGI증권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유럽 등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기 어려워지면서 삼성전자가 수요를 대체해 판매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제재조치가 단기간에 끝나 삼성전자의 수혜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폰아레나에 따르면 화웨이 스마트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이 화웨이 생산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했을 정도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조치가 완화되거나 해제돼도 화웨이가 단기간에 스마트폰 공급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수 있고 소비자들도 화웨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데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적어도 올해는 스마트폰사업에서 화웨이 제재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뚜렷하다.
고동진 사장이 이런 상황 변화를 특히 반길 공산이 크다.
그동안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시장 점유율 하락, 첫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 출시 지연 등 악재가 겹치며 고 사장의 입지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추격에 최근 수년동안 꾸준히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인사를 앞두고 스마트폰사업 수장이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삼성전자 안팎에서 나왔지만 결국 고 사장은 재신임을 받으며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얻었다.
고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갤럭시S10 시리즈의 성능 향상에 주력하는 등 판매량 반등을 위한 대대적 전략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화웨이가 올해 예상대로 스마트폰 판매에 고전한다면 삼성전자가 고 사장의 전략 변화효과를 극대화해 판매량을 크게 늘리는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야심작'으로 앞세우던 갤럭시폴드 출시가 결함문제로 무기한 늦춰진 점도 고 사장의 입지가 불안해진 배경으로 꼽혔다. 자칫하면 화웨이가 접는 스마트폰을 먼저 출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웨이가 접는 스마트폰 '메이트X' 출시를 강행하기 어려워지고 실제로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소비자들에 주목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고 사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고 사장은 올해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5G스마트폰 '갤럭시S10 5G'의 한국과 미국 출시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등 그동안의 노력을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성과를 쌓았다.
▲ 화웨이 접는 스마트폰 '메이트X'(왼쪽)와 삼성전자 '갤럭시폴드'. |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까지 겹친다면 고 사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에 드리운 불안감을 단숨에 걷어내고 다시 성장세로 되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물론 미국 정부가 중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해 화웨이를 향한 압박 수위를 낮춘다면 효과는 길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화웨이가 무역분쟁으로 '발등의 불'을 끄는 데 집중하는 사이 화웨이의 거센 추격에서 벗어나 다시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주어진 시간이 어느 정도일 지는 알 수 없지만 고 사장은 그 시간 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리는 동시에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런 점에서 화웨이 제재로 고 사장에 주어진 시간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을 확고한 글로벌1위로 자리매김할 중요한 계기이자 최고경영자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삼성전자는 최근 몇 번의 헛발질로 화웨이에 선두를 내줄 위기에 처했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로 다시 입지를 회복할 동아줄을 잡게 됐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