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업개편 3탄, 삼성테크윈에서 반도체 떼내  
▲ 김철교 삼성테크윈 대표이사 사장 <뉴시스>

삼성테크윈이 반도체부품 사업에서 손을 뗀다. 신설법인인 엠디에스가 사업을 넘겨받는다. 수익성이 적은 사업은 접고 승부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이다. 최근 삼성이 잇달아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테크윈은 10일 반도체부품 생산과 판매를 맡았던 MDS(Micro Device Solution)의 자산과 부채 등 사업 일체를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테크윈은 MDS사업부문을 1500억 원에 엠디에스에 넘긴다. MDS부문은 반도체 칩을 올려 부착하는 금속 기판인 리드프레임과 고속 DDR램 등에 쓰이는 기판인 BOC(Board On Chip) 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해왔다. 양도일자는 오는 30일이다.


사업을 넘겨받게 될 엠디에스는 신설법인이다. 삼성테크윈은 엠디에스 지분이 없다. 대주주인 해성산업 등이 60% 대주주로 참여하고 나머지 40% 지분은 MDS부문 임직원들이 출자한다. 엠디에스의 대표이사로 조돈엽 MMS(Micro Device & Machinery Solution) 사업부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테크윈은 이번 양도 결정 이유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사업 강화와 사업구조 고도화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실적부진이 이어지자 사업비중이 낮고 수익성도 좋지 않은 MDS부문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또 삼성테크윈의 주력사업인 장비사업과 연관성도 적어 높은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이번 양도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4년 동안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은 2조9천억 원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매출은 2조9240억 원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010년과 2011년 한 차례 크게 떨어진 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27억 원이었고 순이익은 1330억 원을 기록했다.


MDS부문의 사업비중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MDS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7%로 약 2800억 원이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6580억 원의 매출을 거두던 MDS부문은 폰카메라모듈사업이 중단되면서 비중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MDS부문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삼성테크윈이 사업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주력사업이자 미래 성장성이 높은 장비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MDS부문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삼성테크윈은 그동안 MDS부문 분할에 대해 확답을 피해왔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에서 “관련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나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추후에 내용이 확정되면 재공시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이미 지난달 확정된 사안이었다.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은 최근 사내방송을 통해 “반도체 부품 사업부는 분리해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은 이번 양도로 15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삼성테크윈이 이 돈을 장비사업에 투자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테크윈이 주력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적은 사업부문을 정리하면서 주력 장비사업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삼성테크윈의 반도체 사업 양도를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부품과 소재사업을 수직계열화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양도 결정이 지난 달 말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합병이 이후 나온 것이어서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말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면서 소재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합병 후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지분 20.38%를 가진 삼성전자다.


삼성테크윈은 엠디에스로 자리를 옮기는 임직원들에게 6천만 원 이상의 위로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삼성코닝정밀소재 임직원들이 받았던 것보다 많은 액수다. 신설법인인 엠디에스는 코닝과 달리 중견기업 수준으로 규모가 작아지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최대한 많은 위로금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