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사이에 자금조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금리 경쟁을 벌일 수 있다.
▲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로고.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15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이르면 5월 안에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가 자금조달을 위해 만기 1년 이내로 자체 신용에 따라 발행하는 어음이다.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새로운 경쟁자인 KB증권이 내놓을 발행어음 상품의 금리 수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이나 NH투자증권의 적립형 발행어음 연 평균금리인 3%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금리의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증권이 발행어음상품 출시 초기에 높은 금리의 상품을 내놓으며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KB증권이 높은 금리의 발행어음상품을 출시한다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발행어음의 순이자마진(NIM)은 2% 내외로 추산된다.
투자자들에 높은 수익률을 약정할수록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금리 경쟁은 증권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금리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해 11월에 한국투자증권이 1년 만기 발행어음 금리를 2.3%에서 2.5%로 높이자 NH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금리를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했다.
NH투자증권이 올해 1월 연 5% 적립형 발행어음 특판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2월에 카카오페이를 통해 연 3.5% 수익률이 적용되는 특판상품을 출시하자 한국투자증권도 5월 뱅키스 전용 연 5% 수익률의 적립형 발행어음을 내놓았다.
KB증권의 발행어음 금리 수준에 따라 다시 금리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신한금융투자도 발행어음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서 금리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 원을 출자하기로 의결했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신한금융투자도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지정될 자격을 갖추게 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 4조 원을 확충하기로 결정한 것도 결국 발행어음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은 “발행어음사업은 자본시장에서 자금 공급창구 및 관리상품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투자금융부문 강화를 위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4조6천억 원, NH투자증권은 2조4천억 원 가량이며 올해 1분기 판매한 발행어음 규모는 각각 4천억 원, 6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1분기부터 발행어음 잔고를 빠르게 늘린 것도 새로운 경쟁자들이 발행어음시장에 들어오면 금리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른 경쟁자가 발행어음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발행어음 잔고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경쟁은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특판상품 형태로 투자자를 모으기 위한 고금리상품을 꾸준히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