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을 앞두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이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 회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든 것이 순리대로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은 채권단이 가격협상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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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14일 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권단이 호반건설의 제시 가격을 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렇지 않다”며 “기업에 적정한 시장가격이 있는 만큼 채권단이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시장에서 보는 가격이 있는데 채권단에서 무리하게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호산업의 매각가격이 시장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데도 자신감을 보였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가격을)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어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박 회장이 가진 사재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박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매각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들과 사이가 틀어졌다는 얘기도 계속 나왔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런 세간의 추측을 반박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홍기택 회장도 같은 날 순리를 강조했다.
홍 회장은 13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금호산업 채권단이 가격협상에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여론에 대해 “일단 가격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금호산업 매각이 유찰되면서 금호산업 인수전이 박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해 가격을 놓고 채권단과 치열한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가 팽팽하게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격협상은 7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최대한 비싸게 팔려는 채권단과 낮은 가격에 그룹을 되찾으려는 박 회장이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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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
채권단은 그동안 금호산업에 투입한 금액이 3조 원 안팎인 만큼 최대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박 회장은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과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홍 회장은 이날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해 “자본주의시장에서 지분율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며 “미래에셋이 지분이 제일 많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그동안 금호산업 매각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했으면서 가격협상에서만 한발 물러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호산업 매각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가격협상을 주도한 기관에 대한 헐값 매각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오는 18일까지 채권단 의견을 서면으로 받아 전체 의결권의 75%가 동의하면 박 회장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금호산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박 회장과 채권단은 채권단 실사가 끝나는 오는 7월부터 채권단과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가격협상을 시작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