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핵심공약인 대구 통합신공항사업을 방해할 수 있는 동남권의 움직임에 불편하다.

부산 울산 경남이 김해신공항 사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동남권 관문공항을 추진하도록 총리실에 건의할 움직임을 보이자 권 시장은 신발끈을 바짝 죄고 있다. 
권영진, 동남권 관문공항 공세에 대구 통합신공항 흔들릴까 ‘불안’

권영진 대구시장.



25일 대구시청에 따르면 권 시장은 부산 울산 경남의 행보로 대구 통합신공항사업 추진력이 흔들리지 않게끔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부산 울산 경남에서 김해신공항을 두고 뭐라고 하든 우리는 정해진 대로 통합신공항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권 시장은 대구 통합신공항을 핵심 공약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구의 민간공항과 군사공항을 함께 묶어 대구 인근 경북도로 이전하고 빈자리에 대규모 도시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부산 울산 경남 광역자치단체장들이 24일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의 검증결과를 바탕으로 김해신공항사업을 총리실에서 다시 검토하도록 공식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권 시장이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정부조직법 18조2항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중앙행정기관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될 때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해당 사안을 중지 또는 취소할 수 있다. 

만약 김해신공항이 총리실 검토를 거쳐 중지 또는 취소되면 대구 통합신공항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합신공항은 애초 김해신공항 건설을 전제로 계획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김해신공항 문제의 열쇠는 총리실이 쥐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월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며 “김해신공항 문제가 조정되지 않는다면 국무총리실에서 나설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김해신공항사업 재검토를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보였다.

권 시장은 아직 통합신공항 부지도 확정하지 못했는데 초조할 수 밖에 없다. 대구시는 연말이 돼야 부지 선정에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해신공항 재검토를 요구하는 부산 울산 경남의 목소리 대열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합류한 점도 권 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김경수 도지사는 문재인 정부 실세로 꼽힌다.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KTX)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이뤄낸 주역인 만큼 김해신공항 재검토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권 시장이 그냥 앉아서 지켜보고 있을 수만 없게 됐다.   

24일 부산 울산 경남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김해신공항 재검토 건의 계획을 발표하자 권 시장은 곧바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공동입장문을 발표해 맞대응했다.

권 시장은 “합의 없이 추진되는 김해신공항 재검토와 계획 변경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국가와 영남권 전체의 미래가 달린 국책사업이 일부 지역의 이기주의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무산·변경되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다만 김해신공항 총리실 재검토와 별개로 대구 통합신공항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권 시장은 통합신공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총리실의 협조를 받아 3월28일 국방부와 군사공항 이전 사업비를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 이낙연 총리가 직접 총리실에 지시해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시장이 총리실을 우군으로 만들 궁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