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가을 국내에 출시할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가격을 어느 정도 낮출까?
 
한국GM이 두 차량의 출시로 내수판매 회복을 노리고 있는 만큼 시장을 선점한 경쟁 차량에 맞서려면 가격을 크게 낮춰야 하지만 쉐보레 제품 사이 판매간섭이 발생할 수 있어 카젬 사장이 적정 가격을 정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Who] 카젬, 한국GM 트래버스 콜로라도 얼마에 내놓을까

▲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


11일 한국GM에 따르면 카젬 사장과 한국GM 경영진들이 두 차량의 가격 책정을 놓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가격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또 차량 판매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기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젬 사장은 어느 때보다 가격 책정에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GM이 경쟁 차량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탓에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신차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두 차량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래버스의 경쟁차종인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와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맞수가 될 쌍용자동차의 렉스턴스포츠 칸이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어 흥행 성공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카젬 사장이 두 차량의 가격을 무작정 낮추기도 어렵다.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3475만~6073만 원에 팔리고 있다. 팰리세이드와 비교하면 최대 가격을 기준으로 무려 1600만 원가량 비싸다. 

콜로라도는 최대 가격을 기준으로 4958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역시 렉스턴스포츠 칸보다 1400만 원 비싸다. 렉스턴스포츠 칸의 판매가격은 2838만~3547만 원이다. 

카젬 사장은 올해 내수에서 판매목표로 11만대를 제시하고 공격적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두 차량의 판매가격을 미국보다 낮게 책정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시된다면 구매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벌써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돌고 있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카젬 사장은 내년에 중형 SUV를 출시해 SUV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만큼 가격 인하폭에 제약을 받고 있다.

카젬 사장은 소형-준중형-중형-대형-픽업트럭으로 이어지도록 SUV 차량 라인업을 촘촘하게 꾸려 한국GM의 경쟁력을 높일 셈인데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면 제품 사이 판매 간섭효과가 생겨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몸집 뿐 아니라 가격도 차량을 세분화하는 중요한 기준인 만큼 다른 제품과 가격 차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GM은 준중형 SUV인 이쿼녹스를 2945~3882만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트래버스의 가격을 팰리세이드와 비슷한 가격으로 출시한다면 불과 두 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는 600만 원밖에 나지 않는다. 내년에 몸집이 조금 더 큰 중형 SUV가 추가되면 제품 사이 가격 폭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카젬 사장이 가격을 대폭 낮추는 대신 두 차량의 시장 포지셔닝을 경쟁차종과 다르게 두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도 나온다. 가격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두 차량이 경쟁 차량과 시장 지위가 다르다는 점을 앞세우며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차급이 비슷하긴 하지만 트래버스의 경쟁 상대로 팰리세이드를 꼽는 것도 사실 조심스럽다”며 “가격 뿐 아니라 다른 요인도 따져 포지션을 먼저 정하고 그 다음에 가격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