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의 위원장을 수락하면서 과학적 원인 분석과 국내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며 섣불리 자극하기보다 자체 노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장기적으로 협력해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7일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반 전 총장이 위원장을 맡게 될 미세먼지 범국가기구가 조직을 구성하며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범국가기구는 4월 말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는 설립추진단이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
범국가기구의 본회의는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30여 명의 위원들로 구성되며 그 아래 미세먼지 저감, 피해예방, 과학기술, 국제협력 등 4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별로 협의체도 구성한다.
애초 반 전 총장이 미세먼지 해결기구의 전면에 나오며 향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에 환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파리기후협약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환경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보이며 리더십을 발휘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중국을 외교적으로 설득하는 것에 앞서 국내 미세먼지 요인을 줄이는 데 먼저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은 3일 중국에서 귀국한 뒤 “시 주석을 만나 중국이 그동안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후 공장을 폐쇄하고 노후 자동차를 규제하는 등 많은 노력으로 2013년보다 51~90% 미세먼지를 줄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국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은 중국과 비교해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한국보다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 베이징의 초미세먼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0% 줄었다”며 “하지만 한국은 비슷한 시기에 미세먼지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던 2015년에 한국은 석탄발전소를 증설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경유차도 늘렸다”고 덧붙였다.
미세먼지의 중국 쪽 발생원인을 들어 중국에 미세먼지를 줄이라고 요구하기에는 과학적이고 구체적 근거와 한국 자체적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를 놓고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게 외교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도 내비쳤다.
반 전 총장은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다보니 오는 말도 곱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도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장재연 아주대학교 의학대학 교수는 “한국이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먼저 한 뒤 중국과 협력을 꾀하는 게 환경외교 난제를 풀어가는 슬기로운 방법”이라며 “환경문제는 국가들 사이에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의 대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미세먼지 요인을 먼저 줄인 뒤 과학적 분석결과를 토대로 중국과 협력하는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원인에 관한 과학적으로 정밀한 분석이 있어야 다양한 정책적 선택을 할 수 있고 구체적 실천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며 "국제적 성공사례를 찾아 중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과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국내요인 저감에 따른 여러 이해당사자 사이 갈등이 나올 수 있는만큼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다. 반 전 총장은 범국가기구에서 약 500여 명의 국민 참여단을 구성해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범국가기구의 공동추진단장인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은 “국민참여단을 운영해 산업계와 시민사회 등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건의한 정책이 국민 실생활에 반영돼야 범국가기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