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압박의 수위를 낮추지 않으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는 것 아니냐는 말이 시장에 조심스럽게 나돌고 있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내놓는다면 사모펀드와 한화그룹 및 신세계, 애경그룹 등 항공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곳들로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면 누가 관심 보일까

▲ 아시아나항공 본사.


4일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박 회장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에게 전향적 조치를 요구하면서 박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일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움을 겪게 된 근본적 배경은 지배구조의 문제”라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 박 회장이 확실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 지배구조를 강하게 언급한 만큼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영향을 끼칠 통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전향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박 회장은 2009년 7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기를 맞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가 1년 만인 2010년 11월 다시 경영에 복귀한 바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진행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기업과 ‘실패한 오너’에게 혈세를 투입해 살렸다는 논란에 휘말린 경험을 한 채권단으로선 확실한 방지책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과 박 회장의 지배고리를 끊는 것이 근본적 처방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지 않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많은 기업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점쳐진다.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면 사모펀드들이 눈독을 들일 최우선 후보로 꼽힌다.

최근 항공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업황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상황과 수익구조를 손보고 다시 되팔기에 적합한 매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위기를 맞이했지만 탑승률이 80%에 이르는 국내 2위 항공사인 만큼 이번 위기만 넘기면 앞으로 영업활동에는 별다른 심각한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기업들에게도 매력적 매물로 꼽힌다. 

SK그룹은 지난해 7월 한차례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에 휩싸인 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항공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4월 한화테크윈에서 물적분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기 엔진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항공사 인수에 관심을 둘 대표적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 한화테크윈과 한화인베스트먼트 등 계열사를 통해 160억 원을 에어로케이항공에 투자했다가 항공운송사업 면허가 반려돼 한걸음 물러나기도 했다.

호텔신라도 면세점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면세점업계 경쟁회사인 신세계그룹도 항공사업에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신세계DF를 통해 지분투자한 저가항공사(LCC)인 플라이강원은 국토교통부의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아내 본격적으로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너’가 항공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애경그룹도 인수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2006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세웠다.

채 총괄부회장은 제주항공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빅3’ 항공사를 만들겠다는 포부 아래 지난해 11월 항공기 50대를 구매하는 데 5조 원을 투자하는 등 통 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