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첫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의 국내 입지가 위태롭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두 가지 모델이 아이오닉 판매량을 지탱했지만 최근 들어 전기차 모델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현대차 라인업 가운데 가장 인기 없는 차종이 될 처지에 몰렸다.
4일 현대차에 따르면 친환경차 아이오닉의 국내 판매가 부진하다.
현대차는 3월에 국내에서 아이오닉을 모두 623대 판매했다. 2018년 3월보다 판매량이 43.2% 감소했다.
1분기 누적 판매량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는 1분기에 아이오닉을 국내에서 1042대 팔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71.7% 급감했다.
아이오닉의 부진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아이오닉 판매량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 13개월 연속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해 감소세를 보였다. 월별 판매량이 1천 대를 밑돌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3월부터다.
현대차가 보유한 라인업 가운데 아이오닉과 같이 판매 하락세가 지속되는 차량은 몇 종 없다. 국내시장에서 자리잡는데 사실상 실패한 차량으로 꼽히는 벨로스터와 i30, i40, 이른바 PYL(프리미엄 유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차량뿐이다.
현대차가 1월에 기존 아이오닉의 상품성을 개선한 ‘더 뉴 아이오닉’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아이오닉이 극심한 판매 저조를 보이는 이유는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세 가지 모델로 운영하고 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은 월별 판매량이 10~20대 안팎에 그치기 때문에 사실상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두 모델이 아이오닉 판매량을 결정한다.
아이오닉 전기차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월별 판매량 750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판매량이 186대 수준으로 급감했고 급기야 올해 1~2월에는 두 자릿수 수준까지 떨어졌다.
아이오닉 전기차가 상품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오닉 전기차의 1회 충전 때 주행 가능거리는 200km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코나EV(406km)나 기아차의 니로EV(386km)와 비교해 주행 가능거리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차량보다 훨씬 짧은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치명적 약점일 수밖에 없다.
아이오닉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것도 아니다.
아이오닉 전기차 판매가격은 3915만~4215만 원(세제혜택 적용)이다. 코나EV(4650만~4850만 원), 니로EV(4780만~4980만 원)보다는 700만~800만 원가량 싸지만 주행 가능거리의 단점을 극복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디자인도 아이오닉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로 꼽힌다.
아이오닉은 외관상 뒷좌석 공간과 적재공간이 합쳐져 있는 해치백 스타일로 디자인됐는데 해치백 차량은 짐차같다는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현대차가 소비자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아이오닉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국내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매달 5천~6천 대가량씩 꾸준히 팔리며 친환경차시장에서 나름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 발표에 따르면 아이오닉 전기차의 공인 연비가 미국에서 팔리는 2019년형 전기차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 배터리 용량과 동력성능, 1회 충전 때 주행 가능거리를 대폭 늘린 더 뉴 아이오닉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이를 통해 아이오닉의 판매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