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의 강자 국순당의 배중호 사장이 시름에 빠져 있다. 한류 바람을 타고 잘 나가던 막걸리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계시장을 겨냥한 캔막걸리의 중국과 대만 수출이 본격화돼 시름을 덜고 있다.
▲ 배중호 국순당 사장 |
국순당은 2012년 아이싱을 처음 내놓았는데, 개발 단계부터 세계시장 진출을 고려했다고 한다. 낮은 도수를 찾은 최근 경향을 고려해 과실을 함유해 향과 맛을 내고 도수도 낮은 캔막걸리다.
한때 막걸리 열풍이 불었다. 2010년에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한국의 밤’ 행사가 진행됐는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만찬주로 국순당 막걸리를 내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막걸리 열풍은 가라앉았다. 그러면서 국순당 매출도 흔들리고 있다.국순당의 지난해 매출은 매출액은 961억 원으로 2011년보다 무려 25% 가량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6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국순당 매출이 흔들리는 이유는 막걸리 열풍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국순당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던 막걸리 매출이 40% 이상 떨어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막걸리는 그동안 국순당의 효자였다. 국순당은 웰빙열풍이 불던 2009년 ‘국순당 쌀막걸리’를 앞세워 막걸리 시장에 발을 들였다. ‘웰빙’술로 막걸리가 각광받자 국순당 막걸리도 순풍에 돛단 듯 팔렸다. 막걸리 판매액이 2009년 86억 원에서 2012년 610억 원까지 오르면서 국순당 전체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막걸리의 세계화’를 들고 나섰고, 이 전 대통령은 막걸리를 다보스포럼 등 국내외 주요 행사에 만찬주로 선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완전히 막걸리 국제홍보팀장이 됐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한순간에 꺼지면서 국순당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순당의 경우 국내 막걸리 판매액이 2011년 625억 원에서 2013년 324억 원으로 떨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걸리 열풍은 사실상 꺼졌다”며 “올해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줄어든 매출과 영업이익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 국순당 막걸리 모델 전지현과 신제품 대박 |
막걸리 소비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 국순당을 포함해 막걸리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막걸리 생산량은 2011년 39만3천 톤에서 2013년 36만 톤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또 막걸리 핵심수출시장이었던 일본 수출액은 2011년 4840만 달러에서 1360만 달러로 2년 만에 78% 급감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류 붐 등의 영향으로 막걸리업계가 2010년과 2011년 호황을 맞았다”며 “그러나 호시절에 안주해 신제품 개발 등에 투자를 등한시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국순당은 새로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 사장은 “막걸리와 맥주를 융합한 형태의 술이나 과실 약주를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순한 술을 찾는 문화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이다. 막걸리와 맥주를 융합한 술은 쌀 문화인 한국인에게 특화된 맥주가 필요하다는 발상에서 검토하는 것이다. 또 과실 약주는 낮은 도수의 술을 찾는 문화에 맞춰 과일을 섞어 낮고 부드러운 술을 개발해 현재 테스트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