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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채권단과 금호산업 인수가격 기싸움에서 이길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4-29 17: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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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채권단과 금호산업 인수가격 기싸움에서 이길까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소문난 잔치였으나 아무도 먹지 못했다.

원주인은 가능한 싼값에 되찾고 싶어 한다. 돈을 쏟아 부은 이들은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까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새 주인이 되겠다고 호기롭게 나선 이는 막판에 슬며시 발을 뺐다.

금호산업 얘기다. 금호산업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나섰으나 채권단이 유찰을 결정했다.

금호산업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앞으로 남은 것은 채권단의 선택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응이다.

◆ 채권단, 박삼구와 절충점 찾을까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매각방식을 공개입찰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5월5일 이후 열리는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28일 저녁 금호산업 본입찰과 관련 유찰을 결정했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입찰가 6007억 원이 채권단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호산업 채권단 운영위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대우증권, 농협, 우리은행, 미래에셋, 국민은행 등으로 결성됐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 등을 통해 금호산업 지분 57.5%(약 1,955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일단 박 회장과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재입찰을 추진한다 해도 마땅한 인수후보를 새로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전체 지분의 50%+1주)을 쥐고 금호산업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의지를 거듭 천명한 상황에서 선뜻 인수의사를 밝힐 대기업이 있을지 의구심이 큰 것이다.

이번 금호산업 매각이 불발한 데는 재계 마당발로 통하는 박 회장의 영향력도 한몫 했다. 채권단이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박 회장과 협상에 나설 경우 복수의 평가기관을 선정해 기업가치를 다시 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가격이다. 채권단과 박 회장이 가격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기업가치를 애초 9천억 원 안팎으로 봤다. 금호산업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인수가가 1조 원대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것도 채권단의 기대금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채권단은 본입찰 마감에 앞서 적정가 이하로 팔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 원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채권단의 이런 의지는 확인됐다.

채권단이 박 회장과 앞으로 벌일 가격협상에서 특혜시비를 부르지 않으려면 최소한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채권단 입장에서 박 회장에게 애초 기대 수준인 9천억 원 가량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박 회장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채권단이 금액을 낮추지 않아 박 회장이 의지와 무관하게 현실적으로 인수를 할 수 없게 되면 금호산업 매각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박삼구, 채권단과 금호산업 인수가격 기싸움에서 이길까  
▲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이 경우 채권단이 공동경영에 나서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박 회장 대신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한편 기업가치를 올려 다시 매각을 추진하는 시나리오다.

이런 상황을 맞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호산업 채권단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대우증권, 우리금융 등 금융회사들 뿐 아니라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금호산업에 대해 가진 의결권만 해도 60%나 된다.

재무적투자자들은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참여했다가 금호그룹 워크아웃 사태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이들은 주당 6만 원에 팔아야 기회비용 없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박 회장은 이미 3천억 원 이상의 사재출연과 계열사 매각 등으로 희생을 치른 만큼 재무적투자자들의 이런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도 금호산업 워크아웃으로 3조 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채권단과 재무적 투자자, 박 회장이 조금씩 손해를 보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삼구, 시간은 벌었으나 셈법은 더 복잡

금호산업의 운명은 오는 5월5일 이후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이 자리에서 호반건설 유찰 결정과 재입찰에 관한 안건을 상정하고 향후 매각방향과 일정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박 회장은 일단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도전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또 금호산업 인수에 대비할 시간도 벌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마땅한 후보가 나서지 않는 한 채권단이 박 회장과 절충점을 찾으려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매각가도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박 회장은 아직 채권단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수의계약 전환에 따른 특혜논란 등 부정적 여론도 박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채권단이 재입찰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이 경우 호반건설이 아닌 새로운 인수후보가 나설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채권단이 조건을 달리해 재입찰을 시도할 경우 다른 인수후보가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호산업 향방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반드시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금호고속 인수협상에 변수가 생길지 주목된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박 회장이 금호고속 인수에 참여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금호산업 주가는 29일 매각 유찰소식에 하한가에 가까운 13.35%(3050원) 급락해 1만9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금호산업이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도 전날보다 6.32%(530원) 내려 785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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