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 사장이 노조와 임금 인상률 협상의 장기화에 직면해 있다.
한화토탈은 주력사업인 화성부문이 전방산업의 호황으로 수혜가 전망되는데 노사협상이 길어져 제품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실적 증가의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25일 한화토탈에 따르면 임금 인상률을 두고 노조와 회사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2018년 임금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한화토탈 노조의 구성원은 900여명으로 전체 임직원 1700여명의 절반을 넘는다.
노조와 회사의 대립이 길어진다면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화토탈이 맞이하게 될 성장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한화토탈의 주력사업인 화성부문은 스티렌모노머와 파라자일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사업으로 매 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스티렌모노머와 파라자일렌은 각각 전방 제품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과 폴리에스터의 수요가 모두 중국의 경기부양책과 맞물려 2019년 2분기부터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중국의 경기부양책에서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이 최대 수혜 제품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앞으로 확실한 수요 우위의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폴리에스터는 계절적 성수기까지 겹쳐 이미 중국 생산공장들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폴리에스터 생산설비의 가동률은 2월 초 70% 수준에서 3월 현재 80~85% 수준까지 증가했다.
한화토탈은 국내 석유화학회사 가운데 스티렌모노머와 파라자일렌 생산량 1위 회사다. 전방산업의 호황으로 특수를 누려야 할 상황이지만 노조와 갈등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권 사장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한화그룹의 수소 프로젝트까지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
한화그룹의 에너지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한화에너지는 2020년 6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한화토탈의 대산공장 근처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짓고 있다. 한화토탈의 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권 사장으로서는 마음이 다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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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사가 제시한 임금인상률의 차이가 커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와 회사는 지난해 8월부터 2018년도 임금협상을 시작해 본교섭만 11차례, 실무교섭을 포함하면 20차례 이상의 협상을 진행했다. 이달로 7개월째다.
3월 현재 노조는 8%대의 임금 인상을, 회사는 2.3% 인상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한화토탈의 실적 증가와 비교해 임금 인상의 폭이 좁다고 주장하고 있다.
▲ 한화토탈 노동조합의 파업 출정식. <한화토탈 노동조합> |
한화토탈은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인수되기 직전이었던 2014년 영업이익으로 1727억 원을 거뒀다.
하지만 2017년 영업이익 1조5162억 원을 내며 3년 만에 900%에 가까운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그 동안 성과급을 포함한 평균 연봉은 2015년 8400만 원에서 2018년 1억2천만 원으로 올랐다. 이를 두고 노조는 회사가 이익을 노동자와 충분히 나누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화토탈은 실적 증가에 따른 열매를 성과급을 통해 직원들과 충분히 나눴다고 맞서고 있다.
한화토탈에 따르면 2018년 석유화학업계의 성과급은 300~380% 수준이었고 임금 인상률은 2%대에 그쳤다.
그러나 한화토탈은 실적이 급상승했던 3년 동안 직원들에게 매 해 월급의 1320%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성과급 평균액수는 4천만 원가량이며 규정에 따라 지급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회사쪽은 설명했다.
노조와 회사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자 노조는 28일 오전 7시까지 시한부 전면파업을 시작했다. 앞으로도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장기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권 사장이 노조와 간극을 메울 시간은 아직 한달 남짓 남아 있다.
한화토탈은 5월7일까지 대산 1공장의 정기보수를 진행한다. 하지만 그 때까지 임금 인상률에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노조가 파업이라도 벌이게 되면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5월7일을 협상의 데드라인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반드시 그 전에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