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이 상장을 또 미뤘다.
이랜드리테일은 상장을 전제로 투자를 받았지만 기업가치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투자금 반환을 위한 자금 마련에 여유가 생기자 상장일정을 다시 잡을 계획을 세웠다.
22일 이랜드리테일에 따르면 기업공개 대신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자사주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쳤다”며 “최종적으로 지분을 되사는 일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상장절차를 밟기에는 일정에 무리가 있어 미뤘다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현재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상황으로 목표 시한을 지키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시장 신뢰를 지키기 위해 재무적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은 6월19일까지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콜옵션 등을 포함해 최소 45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프리IPO(기업공개)를 진행하면서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이랜드리테일 지분 47%가량을 넘기고 4천억 원을 수혈받았다.
올해 초 이랜드리테일은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장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선정해 상장을 위한 기업실사 등을 진행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애초 4천억 원을 투자받았지만 최소 4500억 원을 재무적투자자들에게 갚아야 하는 만큼 500억 원가량 손해를 감수하면서 기업공개 일정을 미룬 셈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기업공개를 통해 제대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애초 기업공개를 통해 2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투자은행업계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황 등에 비춰볼 때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가치가 2조 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에 부동산 자산 등을 처분해 2950억 원가량 자금을 확보했고 장부가액 기준으로 4200억 원가량의 처분 가능한 부동산 자산이 남아있다.
또 이랜드월드가 차입한 자금 2천억 원을 기간 안에 회수하면 4500억 원가량의 자금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리테일이 2018년에 안정적 실적을 낸 점도 재무적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갚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확한 이랜드리테일의 실적은 집계되지 않았다”면서도 “이랜드리테일이 지난해 영업이익 2400억 원가량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7년보다 7%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당시 이랜드리테일의 자회사인 이랜드파크 등의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업공개 절차를 밟다가 상장을 포기했다.
이랜드리테일은 2006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상장을 전제로 투자를 받았지만 투자금을 상환하면서 기업공개를 하지 않았다. 이번까지 벌써 4번째 상장을 미룬 셈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 상장은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며 “상환 날짜인 6월19일 이후 앞으로 상장절차 등과 관련해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이 상장을 전제로 투자를 유치한 뒤에 3차례나 투자금을 반환한 점에서 상장 추진을 놓고 완전히 무산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그룹에서 NC백화점과 아울렛, 뉴코아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유통회사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그룹이 인수하기 전에 상장한 이월드를 제외하고 상장회사가 1곳도 없을 만큼 기업공개에 소극적이란 평가가 많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