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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불안감, SKC&C와 SK 합병으로 해소될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4-20 18: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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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의 불안감, SKC&C와 SK 합병으로 해소될까  
▲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회삿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2월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2년 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03년에도 배임혐의로 구속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불법거래해 지분을 확보하고 1조5천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최 회장은 1998년 SK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룹 총수가 된지 15년여 만에 두 차례나 유죄판결을 받은 셈이다.

최 회장이 유독 부도덕했거나 불운했기 때문이었을까?

근원을 따지고 보면 이유는 하나다. SK그룹을 물려받았으나 SK그룹을 지배할 토대가 취약했던 탓이다.

최 회장은 최종현 명예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한 뒤 가족회의에서 후계자로 결정돼 SK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했다. 지분확보나 재산상속, 계열분리 등 경영권 승계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끊임없이 경영권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총수에 오른지 얼마 안 돼 외국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뺏길 위기를 맞기도 했다.

최 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지분 확보 자금도 부족해 73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5년 동안 분납했을 정도였다.

최 회장에게 SK그룹 지배구조 강화는 트라우마이자 풀어야 할 숙제였다. SKC&C와 SK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 회장이 결국 SKC&C와 SK의 합병카드를 꺼내들었다. 최 회장은 왜 하필 지금 합병을 결정했을까?

◆SKC&C와 SK 마침내 합병

SK와 SKC&C가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두 회사는 합병 이유에 대해 "미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지배구조 혁신으로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SKC&C와 SK가 각각 1대 0.74 비율로 합병하게 된다. SK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 방식이다. 이번 합병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은 SKC&C가 보통주 기준 23만940원, SK는 17만1853원(우선주 11만4536원)이다.

회사이름은 SK 브랜드의 상징성과 SK그룹의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SK주식회사로 결정됐다. SK그룹은 오는 6월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1일 두 회사 합병을 마무리한다.

SKC&C는 회사 설립 17년 만에 SK주식회사로 이름이 바뀌어 총자산 13조2천억 원의 거대 지주회사로 탈바꿈하게 됐다.

최태원 회장은 새 지주회사의 대주주에 등극하게 된다. 지배구조도 ‘최태원→합병회사→ 사업자회사’로 단순해진다. 그동안 ‘최태원→SKC&C→SK→사업자회사’였는데 한 단계가 줄었다.

최 회장은 새 지주회사의 지분 23.4%를 보유하게 된다. 2대 주주는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 지분 7.5%를 소유하게 된다.

  최태원의 불안감, SKC&C와 SK 합병으로 해소될까  
▲ 박정호 SKC&C 사장

◆ 초조해진 최태원, 말을 바꾸다


최 회장은 현재 2년 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을 통해 조기 석방 기대감이 한껏 높았다.

하지만 재벌기업 총수의 범죄나 비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사정을 벌이면서 이런 기대감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더욱이 SK그룹 다수 계열사들이 이명박 정부시절 이른바 ‘사자방’ 비리에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최 회장이 SKC&C와 SK의 합병을 전격 결정한 데는 이런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 합병시나리오는 이전부터 예상된 것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총수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최 회장은 SKC&C지분 32.92%를 보유해 이를 통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고 SK를 거쳐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였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SKC&C 지분을 43.6% 보유하고 있다. 또 SKC&C는 SK 지분 31.8%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SK그룹은 끊임없이 나온 두 회사 합병설에 대해 줄기차게 부인해 왔다. 최근까지만 해도 최 회장이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두 회사를 합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에 SK그룹은 말을 바꾸었다. 최 회장은 조기 경영복귀가 물 건너간 이상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정적 지배구조를 구축해 놓는 것이 필요했던 셈이다.

◆ 왜 하필 지금 합병을 결정했나

최태원 회장이 SKC&C와 SK의 합병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데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KC&C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지난 14일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 원 이상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총수와 친족이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중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200억 원 이상이면 규제를 받게 된다. 

그동안 부당 내부거래를 한 기업 임직원들만 처벌받았으나 앞으로 오너 일가가 3년 이하 징역형이나 2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일감 몰아주기 수혜를 입은 기업은 3년 평균 매출의 5%까지 과징금도 부과받는다. 법안 효력은 지난 2월 발생했지만 지난해 거래현황이 집계되는 것은 4월부터다.

최 회장 등이 보유한 SKC&C 지분율은 30%를 넘고 SKC&C의 그룹 내부거래액은 2013년 기준으로 9544억 원에 이르러 전체 매출의 41.5%나 된다. 최 회장으로서 다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일감몰아주기 칼날도 피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SKC&C의 실적과 주가가 크게 오른 점도 합병결정에 엔진을 달아준 것으로 보인다. SKC&C는 지난해 해외시장 매출이 136% 성장하며 4158억 원을 기록했다. 2013년만 해도 해외시장 매출이 2천억 원을 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르게 성장한 것이다.

최 회장이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SKC&C의 기업가치가 SK보다 높아야 한다. 1년 전인 2014년 4월20일 SKC&C의 주가는 14만4500원, SK의 주가는 17만6000원을 보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SKC&C 주가는 SK주가를 추월했다. 지난해 7월4일 SKC&C 주가는 17만4500원까지 상승하면서 SK 주가를 넘어섰고 4월20일 현재 23만7500원으로 SK주가보다 35% 가량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C&C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주요 주주들에게 최대한 이익을 돌려주는 타이밍에 합병이 이뤄진 것”이라며 “재무구조 개선효과와 그룹 지배력 안정화 등 일거양득을 노린 합병”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SKC&C의 주가가 오르고 SK 주가가 떨어지는 때가 합병을 결정하는 최적의 시기로 봤다. SKC&C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최 회장은 합병법인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SK그룹 정기인사에서 박정호 사장을 SKC&C 사장으로 앉혀 사실상 합병에 대비했다.

박 사장은 최 회장과 같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자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이다. 최 회장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로 격의 없는 사이인 데다 전략형 참모로 통한다.

그는 하이닉스 인수를 실질적으로 주도했으며 SK텔레콤뿐 아니라 SKC&C의 신성장사업 관련 업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 사장이 무엇보다 인수합병 전문가라는 점에서 SKC&C가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데 최적임자로 꼽혔다.

  최태원의 불안감, SKC&C와 SK 합병으로 해소될까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31 선고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 최태원, 어떻게 SKC&C의 몸집을 키웠나


최 회장은 1991년 49억 원의 종잣돈을 들여 시스템통합관리(SI)업체인 SKC&C를 설립했다. 최 회장이 회사를 설립한 뒤 15년 만에 최 회장이 보유한 SKC&C의 지분가치는 3조 원을 훌쩍 넘었다. SKC&C는 국내 SI업계 3위에 올라있다.

SKC&C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배경에 SK그룹의 일감몰아주기가 자리잡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네트웍스, SK건설, SK마케팅앤컴퍼니, SK 증권 등 7개 회사가 SKC&C를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SKC&C는 1994년 SK텔레콤의 관계사로 편입되면서 매출이 28억2600만 원으로 늘어났다. SKC&C는 그뒤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분당으로 사옥을 이전한 2005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SKC&C는 2009년 11월 한국거래소 유기증권시장에 상장을 마무리한 뒤 사업을 모바일금융, 중고차 유통(엔카), 메모리 반도체 모듈 판매로 다각화했다.

SKC&C는 2012년 7월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해 시정명령과 함께 347억3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최 회장에게 SKC&C 지분은 동앗줄이나 다름없었다. 최 회장은 현금성 자산이 부족할 때마다 SKC&C 주식을 담보로 끊임없이 자금을 빌렸다. 최 회장이 2010년 9월부터 10차례에 걸쳐 SKC&C 주식 1746만7454주를 담보로 대출받은 자금만 1조9194억 원이나 됐다.

최 회장이 SK그룹 경영에 나선 지 5년 만인 2003년 분식회계와 부당내부거래로 구속됐던 것도 이런 상황에서 비롯됐다.

SK그룹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 재실시를 앞두고 지배권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워커힐 주식을 SKC&C의 SK주식과 맞교환한 것이 부당내부거래의 빌미가 됐다.

최 회장은 당시 SK글로벌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은행채무가 없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등 1조5천 원대의 분식회계를 하기도 했다.

◆ SK그룹 지배구조, 남은 과제는?

최태원 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새 지주회사의 지분 23.4%를 보유하게 된다. 최 회장의 여동생이자 2대 주주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7.5%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대주주 지분이 30.9%로 줄어든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30% 선에 거의 맞춘 셈이다.

당장 두 기업이 합쳐지면 SK그룹 차원에서 법인세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K에서 SKC&C로 배당금이 지급될 때 법인세를 내고, SKC&C에서 주주들에게 배당금이 지급될 때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두 회사가 한몸이 되면 중간단계에서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0.9%로 30%를 약간 웃도는 점에서 향후 SKC&C가 이끌고 있는 IT사업군에 대한 물적분할 가능성도 벌써부터 제기된다.

또 SKC&C와 SK의 합병 이후 다시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해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전환한 뒤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사업회사의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는 방안도 나온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최 회장이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SKC&C는 그동안 SK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받았지만 앞으로 사업 추진에 따라 합병 이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그룹이 SKC&C와 SK합병을 신호탄으로 SK플래닛, SK커뮤니케이션 등 SK그룹의 다른 ICT 계열사들도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이 새로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최 회장을 중심으로 통신과 미디어, 에너지 등 사업구조 재편작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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