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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로 무엇을 노리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4-14 17: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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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로 무엇을 노리나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품고 있는 야심을 측량하기 어렵다. 야심이 크고 깊기 때문이 아니라 안갯속에 있기 때문이다.

“지역기업들에게 양보하고 큰물에서 놀기 위해 서울로 갔다. (그런 의미에서) 정주영 회장을 가장 존경한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지난달 20일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된 뒤 호반건설의 서울 진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을 롤모델로 꼽았다. 정 회장의 개척과 도전정신을 닮고 싶어 한다.

김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꼽혔다. 그러다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통해 화려하게 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내친 김에 광주상의 회장까지 차지했다.

김 회장의 야심은 어디까지일까?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라는 무대를 활용해 호남 맹주의 한 명으로 부상하고 전국구 무대에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다지는 데 있는 것일까? 아니면 금호산업을 인수해 재계에서 전국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있는 것일까?

오는 28일 금호산업 본입찰을 앞두고 재계 관계자들은 김상열 회장을 다시 한 번 주목한다.

◆ 호반건설 대표이사 6개월 만에 사임한 까닭

김 회장은 호반건설 대표이사 퇴임과 취임을 반복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13년 호반베르디움 대표이사를 맡은 데 이어 지난해 9월 호반건설 대표이사도 복귀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두 회사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2008년 4월 이후부터 호반건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있다가 지난해 9월 6년 만에 복귀한 것은 금호산업 주식 인수작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12일 금호산업 주식 171만4885주(5.16%)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틀 뒤인 14일 33만3115주를 추가취득해 지분을 6.16%로 늘렸다. 호반건설은 당시 단순투자목적이라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그뒤 금호산업 인수전에 공식적으로 나섰고 금호산업 주식을 모두 매각해 300억 원대의 차익을 거뒀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이번에 호반건설 대표이사를 물러난 데 대해 광주상의 회장이 되면서 금호산업 인수전 의지가 식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금호산업 인수전이 개막됐고 광주상의 회장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 만큼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대표이사를 그만뒀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물론 김 회장이 호반건설 오너인 만큼 대표이사라는 자리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회장이 지난달 20일 광주상의 회장에 선출되면서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해서 (끝까지 참여하겠다는) 기존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힌 만큼 끝까지 김 회장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김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과 관련해 “오너 회사에서 종종 있는 일”이라며 “금호산업 인수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 광주상의 회장 취임으로 전국구 부상 발판 마련

김 회장은 광주상의 회장에 선출되기 전부터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지역경제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왔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김 회장이 회장직에 도전한 데 대해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을 잠재우기 위한 관측이 많았다.

김 회장은 이미 광주전남 지역에서 호반장학재단 이사장, KBC광주방송 회장,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광주전남베트남 명예총영사 등의 다양한 직함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호남지역에서 거물급 기업인으로 성장했지만 전국적 지명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광주상의 회장이 되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광주상의 회장으로 ‘전국구’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김 회장이 광주상의 회장이 된 데에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할 정도로 몸집이 커진 호반건설의 오너라는 중량감도 작용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다시 김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의지로 쏠린다.

곧 김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통해 호남의 맹주라는 역할을 다지면서 중앙무대에서 위상을 확대하느냐, 아니면 중앙무대 진출을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모양 좋게 후퇴하느냐 하는 점이다.

  김상열,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로 무엇을 노리나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 호반건설, 지역 연고 중견 건설사 한계 넘었나


호반건설은 지난해 매출 9751억 원에 영업이익 547억 원, 순이익 1183억 원을 올렸다. 호반건설이 과연 1조 원대까지 추산되는 금호산업 인수자금 동원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기도 하지만 비교적 견실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일반 분양 아파트만 1만5300여 가구를 공급했다. 1군 브랜드 건설사들을 제치고 주택 공급실적 1위에 올라섰다.

호반건설은 수도권 위주로 주택공급을 하고 있다. 아직 지역건설사로서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국구 건설사 위상은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 재건축은 건설사의 지명도가 실적을 좌우한다”며 “지방 유명 건설사들은 강남 재건축 수주 같은 데 뛰어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지역연고 중견건설사로서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재개발 재건축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정도로 지명도를 쌓아야 한다. 하지만 호반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호반베르디움’은 재개발 재건축시장에서 메이저급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2013년 24위에서 2014년 15위로 급상승했지만 재개발 재건축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

‘호반베르디움’은 삼성물산의 ‘래미안’,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GS건설의 ‘자이’,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두산건설의 ‘위브’ 등에 비해 인지도에서 크게 뒤처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애초 금호산업의 건설사업 부문만 염두에 두고 인수를 저울질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시공능력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호산업 인수에서 실패해도 김 회장과 호반건설은 이미 남는 장사를 했다.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통해 호반건설의 지명도가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 김상열, 지배구조 정비하고 현금 확보에 주력

김 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1989년 자본금 1억 원과 직원 5명으로 회사를 세워 26년 만에 KBC광주방송을 보유한 호반건설그룹을 일궈냈다.

김 회장은 이미 호반건설은 물론이고 전체 계열사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다져놓았다.

김 회장은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로 지분 29.1%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부인인 우현희 KBC문화재단 이사장이 4.7%, 호반비오토가 12.6%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의 종속회사로 호반리빙, 호반하우징, 호반주택, 호반토건, 호반엔지니어링 등이 는데 이들 회사는 호반건설의 100% 자회사다.

김 회장은 자녀에게 지분승계도 상당부분 끝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건설 미래전략실 상무와 김 회장의 부인인 우현희 이사장은 호반비오토 지분 85.7%와 14.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호반비오토는 호반건설과 함께 지배구조의 핵심축이다.

김 회장의 장녀인 김윤혜 호반베르디움 마케팅실장은 호반베르디움 지분 30.97%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삼남인 김민성씨는 호반티에스를 통해 티에스건설, 티에스주택, 티에스개발, 티에스자산개발, 티에스리빙 등을 지배하고 있다.

김 회장이 호반건설을 지배하고 부인과 세 자녀가 나머지 주력 계열사 3곳을 거느리는 모습이다.

김 회장은 호반건설의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일각에서 호반건설의 현금성 자산을 중심으로 호반리빙, 호반하우징, 호반주택, 호반토건, 호반엔지니어링, 아이씨엔개발 등 계열사 자금을 합쳐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반건설의 현금성 자금은 4000억 원 가량, 다른 계열사들의 자금동원력은 15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호반건설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10월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로 한 딘계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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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의 대응은?


김 회장은 최근 산업은행으로부터 경고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이다.

김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채권단이 금호산업 입찰가로 1조 원 이상을 원하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채권단은 이런 김 회장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고 앞으로 발언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야심 만큼이나 박삼구 회장의 자금동원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매각가격이 1조 원 안팎으로 형성될 경우 8700억 원을 확보해야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이 채권단 지분을 모두 인수해도 상관없지만 50%+1주만 인수할 경우 나머지 지분에 대한 매각은 추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과 관련해 “순리대로 될 것”이라며 시종일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NH투자증권을 재무주관사로 내정하고 자금력 확보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을 중심으로 국내자금을 일부 확보하고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 박 회장이 중국통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자본을 끌어올 수 있다는 분석도 꾸준히 나온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지키는 데 실패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통째로 날아갈 뿐 아니라 호남지역의 맹주라는 위상도 빼앗기게 된다. 만약 김상열 회장에게 금호산업을 넘겨주게 될 경우 박 회장은 김 회장의 야심을 이루는 데 희생양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누구보다 자존심이 센 박 회장이 호락호락 금호산업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금호산업 본 입찰은 오는 28일 진행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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