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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왼쪽)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와 이랜드의 '스파오' '미쏘' '후아유'는 국내 대표적 토종 SPA 브랜드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나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이 SPA 브랜드를 국내 안방에서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려고 한다.
두 패션 CEO가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데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으로 지목하는 곳이 바로 중국시장이다. SPA 브랜드 주요 소비층인 중산층이 늘고 있는 중국시장은 글로벌 SPA 브랜드가 되기 위한 발판이다.
박성경 부회장은 최근 이랜드 일본사업을 모두 철수하고 중화권에 집중하는 쪽을 선택했다. 박 부회장은 SPA 브랜드 매장확대에 초점을 맞춰 중국사업에 속도를 내려고 한다.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에잇세컨즈의 중국진출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 상반기에 에잇세컨즈를 중국에 진출하려던 계획을 내년 하반기로 미뤘다.
박 부회장과 이 사장은 토종 SPA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낼 수 있을까?
◆ 박성경, 이랜드 SPA 브랜드 중국 확대 본격 나서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올해 중국에서 이랜드의 SPA 브랜드인 스파오, 미쏘, 후아유 매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스파오와 후아유는 캐주얼 의류를, 미쏘는 세미정장 의류를 주로 판매한다.
이랜드는 2년 전부터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을 중심으로 SPA 브랜드 매장을 열고 현지반응을 꼼꼼히 살펴왔다. 이랜드는 현재 이 지역을 중심으로 스파오 5개, 미쏘 6개, 후아유 74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는 현지 시장조사를 마치고 올해 연말까지 중국 전역에 매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랜드는 올해만 스파오 30개, 미쏘 12개, 후아유 30개 매장을 추가로 열겠다고 밝혔다.
스파오는 2013년 12월 상하이와 베이징에 문을 열었다. 이들 매장의 월 매출은 우리돈으로 10억 원에 이른다. 국내매장보다 훨씬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미쏘도 2013년 4월 상하이에 처음 열었다. 후아유는 2013년 SPA 브랜드로 전환했다. 이랜드는 올해 중국에서 후아유 매장을 1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랜드가 중국시장에서 내세우는 SPA 브랜드의 강점은 ‘가격경쟁력’이다.
이랜드는 동남아시아에 생산공장을 직접 만들어 생산과 물류, 판매 등 전 과정을 통제하고 관리한다. 이를 통해 유니클로보다 상대적으로 더 싼 가격에 고품질의류를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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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 '스파오' 중국 매장 전경 |
이랜드가 기존 의류 브랜드 매장을 통해 지난 20년 동안 중국 현지 반응과 고객성향을 파악한 데이터를 축적한 점도 중국사업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는 중국에 내놓은 의류 브랜드인 '티니위니'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티니위니는 지난해 매출 5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는 중국 전역에 이미 티니위니 등 의류매장이 7천 개 이상 퍼져 있기 때문에 장사가 잘 되는 상권을 파악하기도 쉽다”며 “20여년 동안 쌓아온 중국 현지 고객 데이터를 통해 현지화 전략을 촘촘히 짤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지난 3월 일본사업을 철수하고 중화권시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은 물론이고 대만과 홍콩시장에도 올해 스파오와 미쏘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이서현, ‘에잇세컨즈’ 신중한 중국진출
제일모직은 에잇세컨즈의 중국시장 진출이 절실하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외형을 키워야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의 지속성장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에잇세컨즈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을 제2 내수시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의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아시아 톱3 브랜드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 사장은 2012년 에잇세컨즈 브랜드 출시 때부터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아예 브랜드 이름으로 내거는 등 중국시장을 목표로 했다.
이 사장은 에잇세컨즈를 통해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일본, 북미 등으로 해외사업을 뻗어나가려고 한다. 에잇세컨즈를 중심으로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매출을 2020년까지 10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잡아 놓았다.
제일모직은 당초 올해 상반기에 예정됐던 에잇세컨즈의 중국진출을 1년 가량 늦춰 잡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에잇세컨즈 중국진출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잡고 있다”며 “에잇세컨즈 특유의 한국적 감성의 디자인을 제품에 녹여내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섣불리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할 경우 에잇세컨즈의 브랜드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에잇세컨즈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하게 세울 필요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일모직은 에잇세컨즈의 중국진출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을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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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모직 '에잇세컨즈' 매장 |
중국시장은 이미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일본 유니클로는 지난해 중국에서 매장을 80개 확장해 400개 매장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SPA 브랜드의 진출 방식대로 오프라인 매장만 열어서는 이른 시일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제일모직은 에잇세컨즈의 중국진출에 앞서 올해 하반기 해외직구 사이트를 열어 중국의 해외직구족에게 빈폴과 에잇세컨즈를 판매하기로 했다. 자체 모바일앱을 개발하고 CJ홈쇼핑, 11번가 등 모바일 채널도 확대하고 있다.
◆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제일모직과 이랜드의 SPA 브랜드는 후발주자인데도 한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회사가 SPA 브랜드의 중국진출에 속도를 내려는 것은 이런 자신감의 결과이기도 하다.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는 국내에서 2012년 600억 원, 2013년 1300억 원, 지난해 1600억 원 매출을 거뒀다. 에잇세컨즈의 외형 성장 덕분에 제일모직 패션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560억 원을 거둬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76%나 늘었다.
이랜드의 스파오와 미쏘도 론칭한 지 3년 만에 각각 1천억 원대의 매출을 내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는 국내시장에 먼저 진출한 세계적 SPA 브랜드인 H&M이나 망고 등을 넘어선 성과이기도 하다.
제일모직과 이랜드의 SPA 브랜드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맞춰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한국인의 취향과 체형에 맞는 디자인을 도입해 시장안착에 성공했다. 가령 에잇세컨즈는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내놓더라도 35가지 디자인과 색상을 출시해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했다.
에잇세컨즈는 매장 또한 유니클로와 같은 단순한 형식이 아닌 카페와 꽃집을 운영하는 ‘만남의 공간’ 형식으로 꾸몄다. 이런 매장 구성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에잇세컨즈가 친근하고 감성적인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랜드가 내놓은 국내 최초 SPA 브랜드인 스파오도 저가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10~20대 연령층에 어울리는 유니클로에 비해 다양한 연령대에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스타일도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이랜드의 또다른 SPA브랜드인 미쏘는 경쟁업체들의 10배에 이르는 1만5천여 개 다양한 제품라인을 구축한 점이 차별점이다. 미쏘는 점원이 고객들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 스타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에잇세컨즈와 스파오 등 토종 SPA브랜드들이 중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글로벌 SPA 브랜드와 차별점을 더욱 부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종 SPA브랜드가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저가전략뿐 아니라 제품 디자인, 매장구성, 서비스 등을 통해 브랜드가 지닌 차별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잇세컨즈가 중국진출을 1년 미룬데도 이런 고민이 깊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