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자문사들의 영향력이 스튜어드십코드의 본격 도입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결권자문사의 전문성 확보 및 이해상충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에 힘 세지는 의결권자문사, 감독 필요성도 커져

▲ 한 기업의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한 모습.<연합뉴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KCGI 등이 한진그룹 등 지분보유 기업들을 겨냥한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자문사들이 자문의견서를 더욱 면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의결권자문사는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들에게 찬성과 반대 의견을 권고하는 곳을 말한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결권자문사는 6곳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 자문사 4곳과 ISS와 글라스루이스 등 글로벌 자문사 2곳이다.

지난해 KT&G의 사장 연임안, 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 교체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등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사안을 놓고 나온 의결권자문사들의 판단이 최종 결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등 점차 의결권자문사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잇달아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의결권자문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코드란 기관투자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한다.

대다수 기관투자자는 의결권자문사의 판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최대 기관투자자인 '블랙록'이 지분을 보유한 세계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찬성한 의안 가운데 87.9%가 ISS가 찬성 의견을 낸 것이고 반대한 의안 가운데 69.2%가 ISS가 반대한 의안이다. 의결권자문사의 판단과 대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자체적으로 담당부서나 위원회 등을 마련해 각 안건을 논의하기엔 효율성이 낮은 데다 자산운용사나 펀드의 집행기구가 의결권자문사의 권고와 다른 결정을 하려면 권고 내용를 반박할 근거를 제시해야 자금을 댄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데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로 상장사들의 주주총회가 3월 말에 집중적으로 열리는 만큼 각 기업의 주총 안건을 세밀하게 살피기 어렵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의결권자문사가 주주가 아닌 데도 사실상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다 의결권자문사의 자문능력 자체도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금융당국이 의결권자문사를 직접 관리하고 있지만 국내 의결권자문사는 컨설팅업이나 여론조사업으로 등록돼 있어 별다른 관리와 감독을 받고 있지 않으며 공시의무도 없다.

의결권자문사들이 기관투자자와 기업을 동시에 고객으로 두고 있는 만큼 이해상충의 문제도 있다.

기업을 상대로 어떻게 하면 지배구조를 개선 등을 통해 여러 의결권자문사로부터 찬성 추천을 받을 수 있는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기관투자자들에게 해당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의결권 행사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결권자문사의 의사결정 과정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자문의견의 공정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의결권자문사는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점차 의결권자문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규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결권자문사 신고제'를 뼈대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가 의결권자문사의 영업내용과 업무방식을 관리하는 내용이 담겼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지배구조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에서 의결권자문사가 갖는 강력한 위치로 볼 때 의결권자문사는 자본시장의 수준을 결정하는 매우 소중한 정보 인프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의결권자문사를 대상으로 한 감독은 지금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