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카카오뱅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디지털금융에 속도를 낸다.
3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카카오뱅크와 연계한 증권계좌를 선보인다.
정일문 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와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점차 기대치를 맞춰가고 있다”며 “조만간 협업이 가시화된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카카오뱅크 플랫폼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 한국투자증권의 주식거래 플랫폼 ‘뱅키스’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뱅키스는 한국투자증권이 제휴은행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모바일 및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을 말한다. 2006년부터 은행과 연계한 증권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1월19일 기준 고객수가 800만 명을 넘는 등 빠르게 고객 기반을 늘려가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디지털금융부문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신한은행의 모바일 플랫폼 ‘쏠’의 가입자수와 맞먹는다.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와 제휴를 맺게 되면 적지 않은 사용자가 뱅키스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만큼 한국투자증권도 카카오뱅크와 협업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1년6개월이 넘도록 아직 구체적으로 나타난 성과는 없었다.
더욱이 지난해 카카오가 증권사를 인수하면서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뱅크의 협업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정 사장은 카카오의 증권사 인수가 잠정 보류된 만큼 당분간 카카오뱅크와 시너지효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를 통해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했지만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 잡혀 아직까지 인수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인수가 마무리 되더라도 카카오뱅크와 사업부문에서 본격적으로 협력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정 사장은 그동안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투자증권의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가 가려고 하는 사업 방향이 있을 텐데, 바로투자증권 인수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도 "우리와 시너지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효율적으로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한국투자증권 실무진들은 상품 연계, 계좌 연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협업을 진행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뱅키스를 통해 시중은행과 이미 협업한 사례가 많다”며 “카카오뱅크와도 그리 어렵지 않게 제휴를 맺고 연계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