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롯데카드를 품에 안기 위해 인수합병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약체’로 꼽히는 하나카드의 몸집을 단번에 키울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금융그룹이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금융계열사 매각 주관을 맡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30일 전날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이번 입찰에 한화그룹과 하나금융지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약체’로 꼽히는 하나카드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2017년보다 소폭 늘어난 1067억 원에 이르렀다. 업계 상위권에 속하는 신한카드나 삼성카드가 연간 9천억 원, 3천억 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내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카드는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롯데카드가 연간 1천억 원대 순이익을 내는 만큼 하나카드와 합병하게 된다면 순이익 규모가 단숨에 2천억 원을 웃돌며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더욱이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롯데카드를 매각하더라도 롯데백화점이나 마트의 고객기반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보인 점도 하나금융그룹 카드사업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주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까지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를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25년까지 비은행부문 사업비중을 30%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부문 이익비중은 10%대에 머물고 있어 인수합병을 통해 단번에 비은행부문의 덩치를 키우는 일이 절실하다.
김 회장은 올해 초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인수합병 시장에 좋은 매물이 있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한화그룹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하나금융그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에 카드회사가 없는 만큼 롯데카드를 손에 넣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2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대한생명을 품에 안은 뒤 업계 2위 생명보험회사로 키워냈고 2014년 삼성그룹의 방산·화학부문 계열사 4곳을 인수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 합병 이후 자본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힘썼던 만큼 현재는 재무상황이 탄탄한 편”이라며 “김 회장이 빠르게 비은행부문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