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키울 기회를 잡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고객사의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고 경쟁사의 대규모 공장 투자에 맞서기 위해 미국에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한국 배터리기업의 글로벌 생산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3사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LG화학은 미국과 중국, 폴란드와 한국에 모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확보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과 유럽에 3조 원 규모의 추가 시설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미국에 2조 원 가까운 금액을 들여 새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 전기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예상해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인사이드EV에 따르면 2016년 16만 대, 2017년 20만 대 미만에 그쳤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2018년에 36만 대 수준까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폴크스바겐이 최근 미국에 9천억 원을 투자해 새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미국 전기차시장의 성장 전망은 더욱 밝아지고 있다.
삼성SDI는 폴크스바겐을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미국에서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나면 자연히 삼성SDI의 배터리 공급물량도 증가할 공산이 크다.
삼성SDI가 2018년 말 미국 디트로이트의 배터리팩공장 증설에 72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점도 폴크스바겐의 전기차공장 건설 계획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팩공장은 셀(cell) 형태의 전기차 배터리 여러 개를 완성차에 탑재할 수 있는 모듈 형태로 조립하는 시설이다.
삼성SDI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배터리팩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삼성SDI의 중국과 유럽 배터리공장에서 공급된다.
배터리 고객사의 주문에 긴밀하게 대응하는 능력이나 원가 경쟁력이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갖춘 LG화학이나 공장 건설계획을 내놓은 SK이노베이션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전영현 사장이 미국에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을 결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사이드EV는 "삼성SDI가 미국에서 충분한 수주실적을 확보한다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는 최근 할리데이비슨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오토바이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포드와 크라이슬러 등 삼성SDI의 미국 고객사도 전기차 생산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고 폴크스바겐과 같이 미국 전기차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글로벌 자동차기업이 늘어날 공산도 크다.
▲ 삼성SDI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전기차 배터리 라인업. |
인사이드EV는 삼성SDI가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해 완성차 고객사들에 전기차 배터리를 선보인 점도 미국에서 배터리 수주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전 사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글로벌 거점의 생산 규모를 늘려가는 가운데 자칫 외형적으로 덩치만 키우는 실수를 하면 안 된다"며 "수익 중심의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사를 뒤따라 무리한 생산 투자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 전기차시장은 확실한 성장이 예상되고 삼성SDI의 고객사 기반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 사장이 공장 투자의 성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 공장 투자와 관련해 아직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