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국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영역을 넓혀 금융사업을 본격화할까?

24일 금융권 안팎에서는 네이버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새 인가방안에 따라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발을 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 뛰어들까 금융권과 IT업계 시선집중

▲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네이버가 최근 자회사 라인을 통해 대만, 일본, 태국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금융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고려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로 인가하겠다는 계획을 23일 발표했다.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는 국내 가계 대출시장의 경쟁도가 낮아 새 은행 인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금융당국은 2019년 1월 설명회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새 인가에 관한 평가항목과 배점 등을 공개하고 3월 안에 예비인가 신청 접수를 받는다. 그 뒤 5월에 2곳 안팎의 예비인가 사업자를 최종 선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에 차별화된 금융기법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새로운 핀테크 기술 도입 등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참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네이버는 뉴스와 쇼핑 등 분야의 추천 서비스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했고 2019년에는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해 나갈 방침을 세웠다.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과 대만을 중심으로 핀테크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일본에서 2018년 노무라증권과 손잡고 ‘라인증권’을 세웠고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박스’가 출범했다. 대만에서 출범할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 ‘라인뱅크’를 통해 예금, 대출, 펀드, 보험 등 서비스도 시작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자본력 측면에서 살펴봐도 만만치 않은 후보자다.

2019년 1월17일부터 시행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 자산 비중이 50%를 넘는 정보통신기술 주력 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2019년 국내 제3인터넷전문은행을 함께 진행하려는 시중 은행들의 구애를 받을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을 생각하면 네이버 외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디지털 금융사업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둘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와 ‘라인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에서도 긍정적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금융 서비스 가운데 이용자들의 접속 빈도가 높은 서비스인 만큼 디지털금융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생성에 큰 보탬이 된다.

네이버페이는 2600만 명 정도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 올해 2분기 기준 결제 가능가맹점 수는 22만6천여 곳에 이른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네이버페이로 네이버쇼핑에서 결제하면 추가 포인트를 주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플러스’를 시작해 네이버페이의 사용성 확대에 나섰다.

다만 네이버는 국내 금융사업 진출에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사업을 두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인터넷은행 진출에 관해 확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네이버페이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듯 인터넷전문은행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금융사업에 진출한다면 카카오와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2곳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온라인 은행으로 2017년 도입됐다. 24시간 금융 거래와 문자메시지 송금 등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크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한 뒤 4300만 명을 웃도는 가입자를 둔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을 활용한 영업전략으로 출범 1년4개월여 만에 730만 명을 넘는 가입 고객을 확보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9월 기준 순이자마진(NIM)을 1년 전 1.32에서 2.01로 끌어올리며 시중은행 수준의 수익성을 보이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라는 주요 주주 아래 국민은행, 카카오, 넷마블, SGI서울보증, 우정사업본부, 이베이, 텐센트, 예스24 등 모두 9개 주주로 구성됐다. 

카카오는 58%의 지분을 들고 있는 한국금융지주에 이어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보유한 2대주주다. 

카카오는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 한국금융지주가 들고 있는 지분 58% 가운데 20%를 액면가에 넘겨받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콜옵션을 들고 있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반면 KT가 지분 10%를 들고 있는 케이뱅크는 고객과 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카카오뱅크와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8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KT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시행에 따라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