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신한은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등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던 인물들이 그룹을 떠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금융그룹 도약의 기로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 조용병, 세대교체 앞세워 위성호 김형진 등 그룹 ‘2인자’ 교체 결단
신한금융지주는 21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내년 3월에 임기를 마치는 계열사 사장 11명 가운데 7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신한금융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교체폭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조 회장과 이만우, 주재성, 김화남, 히라카와 유키 등 사외이사로 꾸려진다.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계열사 사장들은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민정기 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설영오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대표이사 사장, 윤승욱 신한신용정보 대표이사 사장 등 7명이다.
신한카드와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신한금융그룹의 순이익을 책임지고 있는 굵직한 계열사 사장들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난다.
조 회장이 회장에 오른 지 1년7개월여가 지나며 3년 임기의 절반을 넘긴 만큼 남은 시간에 뚜렷한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서 대규모 ‘세대교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계열사 사장을 모두 50대로 교체하면서 조직쇄신에 힘을 실은 인사”라며 “그룹의 성과를 성공적으로 내기 위한 세대교체성 인사”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신한사태’ 및 ‘남산 3억 원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위성호 행장과 김형진 사장이 교체되면서 조 회장이 신한사태와 ‘완전한 결별’을 선택했다는 말도 나온다.
위 행장과 김 사장은 각각 경영성과가 나쁘지 않았던 데다 내년 3월에 임기 2년차를 마무리하는 만큼 1년 임기 연장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결국 ‘신한사태’ 장애물은 넘지 못했다.
2010년 신한사태가 벌어진 지 9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신한금융에 계속해서 꼬리표처럼 붙어 논란을 만들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칼을 빼들었다고 할 수 있다.
위 행장과 김 사장 등이 그룹을 떠나면 2010년 신한사태 당시 그룹의 주요 임원을 맡고 있던 인물들은 더 이상 신한금융그룹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
◆ 그룹 사업부문장 경영 전면에 나서며 조용병 지배력도 확대
조 회장은 이번 인사로 신한금융그룹의 협업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포석도 뒀다.
▲ 이동환 그룹GIB사업부문장(왼쪽부터), 허영택 그룹글로벌사업부문장, 김병철 그룹투자운용사업부문장, 이창구 그룹WM사업부문장. |
신한금융지주는 '그룹 협업체계'를 꾸려 GIB(글로벌투자금융)사업부문과 WM(자산관리)사업부문, 글로벌사업부문, 투자운용사업부문을 다루고 있다.
각 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던 그룹 부문장 4명 가운데 3명이 이번 인사로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김병철 신한금융그룹 GMS사업부문장은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을, 허영택 신한금융그룹 글로벌사업부문장은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을 맡는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에는 이창구 신한금융그룹 WM사업부문장이 내정됐다. 이동환 그룹GIB사업부문장은 현역에서 물러나 신한금융그룹 고문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2017년 6월 그룹 협업체계를 도입한 지 1년 반 만에 그룹 사업부문장들이 대거 계열사 사장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들은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과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등을 겸직하며 그룹 협업체계를 안착하고 신한금융지주의 순이익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조 회장이 2020년에 아시아 선두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만큼 그룹 협업체계가 안착하도록 기여한 각 그룹 부문장들을 계열사 사장으로 앉혀 계열사끼리의 시너지를 더욱 키우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울러 기존의 그룹 사업부문 4개에 그룹의 브랜드 전략 수립 및 관리를 도맡는 그룹 CRPO(브랜드홍보)부문을 더해 그룹 매트릭스 조직의 범위도 더욱 확대했다.
조 회장이 이번 인사로 그룹 지배력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회장과 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위성호 행장과 김형진 사장 등이 그룹을 떠난 데다 조 회장의 적극적 지원을 받던 부문장들이 그룹의 주축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은 이번 인사로 ‘신한사태’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에 끼치는 영향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