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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아차, 국내에서 리콜에 인색한 이유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3-22 15: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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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기아차, 국내에서 리콜에 인색한 이유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추석 때 인도공장을 방문해 전략차종을 살펴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리콜을 실시할 때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별 논란이 벌어진다.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만 리콜을 실시하고 국내에서 차량 결함을 솔직히 시인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낸다. 현대차가 '미국에선 리콜, 국내에선 소비자 과실'로 대응한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미국의 경우 리콜규정이 매우 엄격하다. 자동차 결함이 발견된 뒤 적극적으로 리콜에 나서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 하지만 국내는 리콜규정이 미국에 비해 느슨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기아차가 많은 비용과 이미지 하락을 감수하면서 법에서 정한 것 이상으로 리콜을 해 줄 이유가 없다고 본다. 결국 소비자 차별 논란의 뿌리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국내의 리콜 관련 법규다.

◆ 미국과 국내, 다른 리콜 정책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리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미국에서 안전에 대한 차량결함 문제가 발생하면 현대차 한국본사의 지시나 동의없이 단독으로 리콜을 결정하도록 했다. 의사결정 단계와 시간을 줄여 신속하게 문제에 대처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또 미국에 별도의 기술위원회를 설치해 리콜문제와 안전캠페인에 대한 조사와 의사결정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또 차량결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거나 해결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는 이유로 리콜결정을 지연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결함이 발견되면 즉각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구체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런 현대차의 결정에 국내 소비자들은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차량결함에 대해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상수리는 항의하는 사람에게만 해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과 2012년 K5, 모닝, 그랜저, YF쏘나타 등의 연료계 오작동, 가속 불량 등 차량결함에 대해 정식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를 선택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된다는 그랜저의 결함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무상수리를 권고했다. 현대차 싼타페의 누수문제, YF소나타의 브레이크오일이 새는 문제 등이 발견됐을 때도 같은 이유로 리콜 대신 무상수리로 대응했다.

소비자는 무상수리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기간이 지나 수리를 못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대차는 2013년 미국에선 일찌감치 리콜 결정을 내리고도 국내에서 미국언론 보도가 나온 지 5일 뒤에야 리콜 결정을 내려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는 당시 순차적으로 다른 지역을 고려한 것이지 일부러 국내를 외면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현대차 기아차, 국내에서 리콜에 인색한 이유  
▲ 쏘렌토 동호회 회원이 지난해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올뉴쏘렌토 엔진룸에 물을 뿌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 국내 제도부터 제대로 갖춰야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리콜이 신속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책차이를 들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보호법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하다. 보통 차량구매 뒤 18~24개월 동안 기간을 정해 놓고 수리 횟수와 일시 등을 명시해 기준을 초과하면 차량을 무조건 새것으로 교체해주도록 돼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매년 3만 건 이상 안전 관련 민원을 접수받고 최근 5년 동안 3천만 대 리콜을 주도했다. 올해 자동차 결함 관련 조사 예산을 지난해보다 3배 늘리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법규가 미국보다 허술하다.

무상수리 기간도 새 차 구매 뒤 1년으로 미국보다 짧다. 국내 리콜규정은 자동차가 안전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단순 품질불량은 리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대차는 2012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명령을 받고도 이를 차량 소유자에게 우편으로 통보하지 않은 사실이 지난해 감사원에 의해 드러나기도 했다.

현대차는 2012년 엑센트 950대, 제네시스 9100여 대에 대해 리콜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는 이런 내용을 리콜 대상 자동차 소유주에게 우편으로 통보하지 않았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제작사가 자동차 부품결함 사실을 자동차 소유자에게 우편으로 통지하고 일간지를 통해서도 공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자동차 제조사의 ‘늑장리콜’에 대한 벌금을 신설하려고 한다. 미국 등과 달리 리콜 보고기간에 대한 제재방법이 없어 리콜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생산돼 미국에서 판매된 제네시스 4만3500대의 브레이크 시스템 부식 결함과 관련된 리콜을 제때 이행하지 않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으로부터 1735만 달러의 벌금처분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사실을 발견한 뒤 5일 이내 정부에 보고를 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현행법상 이런 늑장리콜을 제재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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