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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국내 주요기업들이 13일부터 줄줄이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제일모직 삼성생명 호텔신라 등 삼성그룹 계열과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계열, 신세계와 포스코 등 68개사의 주총이 13일 하루에 몰려있다.
◆ 국민연금, 거수기 노릇은 이제 그만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을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외부 자문기관에 투자기업 분석을 의뢰했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은 30대 그룹 상장사 3곳 가운데 2곳에서 오너 일가보다 지분이 높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행보에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은 4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운영하며 국내 주요기업들의 핵심주주로 올라있다. 삼성전자의 국민연금 지분만 해도 7.8%로 이건희 회장 일가보다 많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모비스 지분 8.02%, 기아차의 7.04%를 보유하고 있다. 역시 정몽구 회장 부자 등 대주주 일가보다 많은 지분이다.
국민연금은 과거 ‘거수기’ 역할만 해왔으나 지난해부터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재벌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행사와 관련한 비판적 여론이 높았던 만큼 올해는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775건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그 가운데 9%인 251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 이건희, 포괄적 위임해 의결권 행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도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포괄적 위임 형태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삼성생명 등의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채 ‘회사 안건에 찬성한다’는 식으로 의결권을 위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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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삼성전자는 13일 주총에 권오현 부회장의 대표이사 재선임과 김한중·이병기 사외이사 선임 등을 안건으로 올린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경영 전면에 나섰으나 올해도 사내이사 선임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또 사내·사외이사 지급 보수한도도 480억 원에서 390억 원으로 하향조정하는 안건도 예정돼 있다.
삼성SDI는 전지사업 영역 확대와 이윤태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주요 안건으로 오른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총도 관심을 모은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합병을 추진했으나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됐다.
올해 합병을 재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으나 주주들의 관련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그룹, 윤갑한 재선임 안건 등 최대 이슈
현대차는 1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윤갑한 현대차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재무제표 승인건 등을 다룬다.
현대모비스는 13일, 기아차는 20일 주총을 연다. 현대차그룹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이슈에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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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한 현대차 사장 |
현대차는 윤갑한 사장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지난해 한국전력 부지 고가매입을 놓고 논란이 컸던 만큼 주주들이 책임을 따져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의 주총에서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11일 회의에서 두 회사의 사외이사 2명에 대한 재선임안에 반대의결권 행사를 결정했다.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이 한전부지 매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등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대해서 중립을 지키기로 했다. 한전부지 매입가격이나 결정과정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윤갑한 사장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주총이 끝나고 공시하는 것이 일반적 원칙”이라며 “해당 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브레인자산운용은 지난 9일 이번 주총에서 윤 사장 재선임 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부지 고가 낙찰로 현대차 주가가 곤두박질친 데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반면 신영자산운용 등은 윤 사장 재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윤 사장 재선임 안건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국민연금의 행보에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