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차’로 불리는 기아자동차의 대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하비’가 출시 7년이 넘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 SUV시장이 커진 데다 꾸준히 성능을 개선한 덕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
|
|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가격이 경쟁차종인 수입 대형SUV의 절반수준인 점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모하비는 올해 1월과 2월 두 달 동안 모두 2천 대가 팔리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모하비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대형SUV로 유일하게 판매량이 1만 대를 넘었다.
모하비는 2008년 출시된 뒤 지금까지 디자인 변경 모델이 한 차례도 출시되지 않았다. 연식변경 모델만 출시됐을 뿐이다. TV광고도 2008년 이후 내보내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모하비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요인으로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꼽힌다. 모하비는 수입 SUV에서나 볼 수 있는 내구성과 품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하비는 레인지로버의 '디스커버리'와 자주 비교된다. 가격은 모하비가 디스커버리의 절반 수준이지만 품질이나 성능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모하비는 디스커버리보다 가벼워 연비도 높다. 모하비 연비는 리터당 10.2km인 반면, 디스커버리 최신모델 연비는 리터당 9.8km다.
모하비는 ‘정의선 차’로 알려져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손을 거쳐 탄생한 첫 번째 모델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가 된 직후부터 모하비 개발을 추진했다. 기아차의 주력 SUV인 쏘렌토나 스포티지보다 크고 성능도 뛰어난 대형 SUV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모하비 개발에 29개월 동안 모두 2300억 원이 투입됐다. 2006년 현대기아차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합류한 피터 슈라이어 사장도 모하비의 마지막 디자인 작업에 힘을 보탰다.
정 부회장은 당시만 해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는데 2008년 열린 ‘북아메리카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 모하비 발표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하비는 기대와 달리 몇 년 동안 판매가 부진했다. 5천만 원에 이르는 가격에 국내에 흔치 않던 대형 SUV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많지 않았다. 승차감이 떨어지고 연비도 낮다는 혹평도 따라다녔다.
미국시장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다 출시 2년 만에 단종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모하비는 출시 첫해인 2008년 8900여 대가 팔리며 목표인 1만8천 대의 절반도 팔리지 않았다. 2009년 6400여 대, 2010년 5600여 대로 판매량이 계속 줄었다.
|
|
|
▲ 기아차 모하비 |
하지만 최근 SUV 바람이 거세지면서 모하비를 찾는 소비자가 차츰 늘고 있다. 지난해 SUV 판매량은 사상 처음으로 30만 대를 돌파했다.
모하비는 올해도 야외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SK엔카 등이 6686명을 대상으로 '캠퍼들이 갖고 싶은 SUV'를 조사한 결과 모하비가 2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금도 사적인 자리에서 모하비를 즐겨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인 변중석 여사의 7주기 기일 때도 은색 모하비를 타고 자리에 나타났다.
기아차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유로6’에 맞춘 모하비도 출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