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의 매각 논의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향해 칼끝을 겨누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전자 보유지분 매각방식 선택 더 복잡해져

▲ (왼쪽)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0.47%를 팔기로 했지만 누가 얼마나, 누구에게 팔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게 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방정식이 더 복잡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관련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삼성SDI가 내년 9월까지 삼성물산 주식 404만2758주(2.1%)를 매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근 삼성물산 주가를 감안하면 5천억 원 규모다.

기존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변화를 ‘기존 순환출자 강화’로 봤지만 이번에 이를 ‘신규 순환출자 형성’으로 봤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주축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과 삼성전자 지분을 동시에 그룹에서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게다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보험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공정가액(시가)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로 평가할 경우 5630억 원으로 전체자산의 3%를 넘지 않지만 공정가액으로 평가할 경우 26조5500억 원가량으로 전체자산의 3%를 크게 넘는다.

두 이슈가 맞물리면서 삼성그룹이 장기적 관점에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매각 논의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그룹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그룹의 전면적 지배구조 개편까지 감안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할 경우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 7개 가운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전기 등을 매개로 하는 고리 4개만 남는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전자 보유지분 매각방식 선택 더 복잡해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향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칼끝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겨누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15일 송년기자간담회에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바꾼다고 삼성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며 “삼성 문제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각 그룹의 문제점은 그룹이 더 잘 알고 있고 해결책도 갖고 있다”며 “해결책을 실행하는 결정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삼성그룹이 자체적으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을 하도록 요구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임원 인사가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매각 논의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이번 공정위의 판단에 따른 삼성SDI의 대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