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을 방문한 여야 의원들이 크래프톤 부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에 각각 역대 최대 부스 규모로 참가하는 반면,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에는 대부분 불참을 선언하면서 지스타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사업 무게중심이 내수 모바일 게임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PC·콘솔로 이동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각)부터 30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게임스컴 2026'은 주최 측에 따르면 2009년 개최 이래 처음으로 모든 전시 공간이 완판됐다.
참가사 수 역시 지난해 1568개 사에서 1600곳 이상으로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일반 관람객 입장권 역시 개막 전 조기 매진되며 높은 수요를 증명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일제히 쾰른으로 향했다. 크래프톤, 엔씨,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등은 전야제 쇼케이스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와 현장 부스 등에 신작을 출품해 이용자들과 만났다.
크래프톤은 행사 기간 '배틀그라운드' 시리즈의 미공개 신작 '펍지: 데드넷'의 영상을 게임스컴에서 처음 공개했다. 아울러 'NO LAW'의 영상도 선보였고, '프로젝트 제타', '타래: 더 언바운드', '에이지 트위스터'를 시연하며 이용자들과 접점을 넓혔다.
엔씨는 슈팅 게임 '프로젝트 본파이어'의 첫 영상을 공개하고 정식 명칭을 '라이크 오어 다이'로 확정했다. 글로벌 출시를 앞둔 '아이온2'는 홍보 시점을 게임스컴에 맞춰, 행사 중 새 영상과 함께 정확한 출시일을 10월5일로 공개했다.
이 밖에 '신더시티', 북미 개발 스튜디오 아레나넷의 '길드워3' 등도 출품했다.
펄어비스는 지난 3월 출시한 '붉은사막'의 2.0 업데이트 버전을 공개하고 출시 이후 첫 할인에 들어갔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개발한 '갓 세이브 버밍엄'을 출품했다.
게임스컴 참가하는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와 먼 유럽에서 열리는 탓에 참가가 활발하지 않았지만, 2023년 북미 게임전시회 E3가 폐지되면서 글로벌 신작 공개 무대가 게임스컴으로 옮겨갔다.
2022년에는 네오위즈 'P의 거짓'이 국산 게임 최초로 게임스컴 시상식에서 3관왕을 달성하면서 주목받았고, 최근 3~4년 동안 대형 게임사들의 게임스컴 참가가 빠르게 늘었다.
▲ 스마일게이트가 2025년 9월25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도쿄게임쇼 2025(TGS 2025)’에 참가해 일본 현지 이용자들과 게임 업계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올해 도쿄게임쇼는 51개국, 759개 기업(해외 275곳)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 경신을 예고했다. 유명 만화 지식재산(IP)을 활용한 게임과 서브컬처 게임을 준비하는 국내 게임사들의 참가도 늘고 있다.
넥슨은 올해 하반기 일본 서비스를 앞둔 '마비노기 모바일'과, 넥슨게임즈가 제작 중인 서브컬처 신작 '파레이돌리아'를 선보인다. 엔씨는 서브컬처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로 부스를 차린다.
넷마블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도쿄게임쇼에 참가한 데 이어 올해도 참여한다.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를 선보이고, 미공개 신작인 모바일 서브컬처 수집형 RPG '펄인블루'도 이곳에서 첫 공개한다.
스마일게이트도 지난해 간만에 복귀한 데 이어 2년 연속 참가해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와 '데드 어카운트: 두 개의 푸른 불꽃' 2종을 선보인다.
국내 게임사들이 주요 신작을 국내가 아닌 해외 게임쇼에서 공개하는 사례가 늘어난 배경에는 사업 구조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에 집중하던 국내 게임사들이 PC·콘솔 개발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이용자를 직접 공략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최근 PC·콘솔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전 세계 이용자와 미디어가 모이는 해외 게임 전시회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참가 수요도 매년 늘고 있다.
국내 한 게임사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이 PC·콘솔 패키지 게임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가운데 한국은 콘솔, 패키지 이용자층이 비교적 적다"며 "신작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외 전시 행사 참가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의 존재감은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한때 국내 출시를 앞둔 신작들이 이용자 관심을 끌기 위해 지스타 참가를 당연하게 여겼지만, 올해는 주요 게임사들이 대거 불참한다.
1차 참가사 명단에 따르면 넥슨, 엔씨, 넷마블, 크래프톤 등 이른바 ‘3N2K’ 주요 대형사들의 이름이 일제히 빠졌으며, 주요 게임사 중에서는 웹젠 정도만 참가를 확정한 상태다.
올해 메인 스폰서도 역사상 처음으로 게임사가 아닌 인공지능(AI) 챗봇 기업 '뤼튼'이 맡았다. 주요 게임사 몇 곳이 신작 일정에 따라 지스타에 빠지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처럼 대형사들이 통째로 빠진 것은 처음이다.
국내 게임업계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신작 마케팅은 해외 전시회에서 주로 하고, 국내 이용자와 소통은 자체 팬 행사나 쇼케이스로 소화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며 “지스타에 지불해야 하는 부스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는 이전부터 꾸준히 나왔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