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유일 반도체 제조용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사인 ASML이 네덜란드 통상 장관의 7월 초 방중 일정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며, ASML의 E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이 재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ASML의 네덜란드 사옥. <연합뉴스>
CXMT 등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에 성공할 경우 한국 기업과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을 종합하면 스요르드 스요르즈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장관은 오는 7월6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한다.
이번 방중 일정에는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 등 경제 사절단이 동행할 것으로 파악됐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의 핵심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반도체의 원료인 웨이퍼에 정밀한 회로를 새기는데 필수적으로 쓰인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기조에 맞춰 2019년부터 E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을 중단했으며 2024년부터는 EUV보다 정밀도가 낮은 모델인 심자외선(DUV) 장비의 수출도 제한했다.
그러나 최근 네덜란드 신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일방적 대중 수출 규제에 반기를 제기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의회에 제출된 '하드웨어 기술 통제 다자 동조법'(매치법)을 향해 스요르즈마 통상 장관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매치법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을 동맹국으로 확대해 중국이 네덜란드나 일본 등에서 첨단 장비와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요르즈마 장관은 지난 5월 네덜란드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국가는 자국의 수출통제 법제에 책임이 있다"며 "광범위한 제한은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과 시장 지위를 해칠 위험이 있으며, 무역 투자 안정성에도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이미지. < ASML >
EUV 장비는 13.5나노미터(nm) 파장으로 초미세 회로를 새기는 첨단 장비다.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현재 중국에 EUV 장비를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미세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기술적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이후 중국은 EUV 노광장비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고 2025년 12월 프로토타입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자체 EUV 상용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EUV 장비는 ASML만의 기술로 제조되는 것이 아니라 독일 자이스의 정밀 광학 렌즈, 미국 사이라머의 광원 기술 등 전 세계 기업의 첨단 부품과 특허가 집약된 장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ASML과 네덜란드 정부가 EUV 노광 장비의 중국 수출을 검토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는 범용 D램은 2년, 낸드플래시 1년, 고대역폭메모리(HBM) 3년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근 중국 메모리 기업 CXMT가 HBM3 양산 체제에 돌입하며 HBM 기술 격차는 좀 더 좁혀진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은 메모리 점유율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CXMT는 8% 점유율을 차지했다. 2025년 같은 기간 3% 점유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점유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하지만 EUV 장비를 확보할 수 없다면 초미세 공정에서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약 60대, SK하이닉스는 약 40대의 EUV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ASML과 12조 원 규모의 EUV 장비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ASML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ASML이 EUV 노광장비 부품과 이송 장비를 중국에 우회 수출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직접 ASML 고위 임원들에게 EUV 노광장비 1대가 중국에 유입됐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ASML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