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스마트폰에 필요한 메모리반도체 확보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부품 공급과 동시에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전략은 구글이 다른 전자제품 제조사들보다 협상에 유리한 위치에 놓이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구글의 픽셀 시리즈 스마트폰 및 스마트워치 라인업. <구글>
애플을 비롯한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구글은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18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구글이 데이터센터 사업을 앞세워 메모리반도체 공급 논의에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반도체 물량 및 가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용 메모리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전자제품 제조사보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의 수요에 우선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데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벌어지며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수익성이 더 높은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공급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며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큰 수혜를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을 비롯한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물량 또는 가격 협상에 사실상 뒷전으로 밀리며 생산에 차질을 겪거나 상품 가격을 크게 인상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다만 구글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의 핵심 고객사 가운데 한 곳이고 ‘픽셀’ 브랜드로 자체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기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구글이 이러한 사업 모델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방식으로 공급사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애플과 같이 수요가 대부분 전자제품용 메모리에 집중되어 있는 고객사와 비교하면 구글의 방식이 가격 및 물량 협상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구글의 자체 설계 '텐서 프로세서' 인공지능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메모리반도체 가격 인상에 영향을 받아 생산을 줄이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구글과 샤오미 등에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는 한 협력사의 관계자도 닛케이아시아에 “구글은 2026년 스마트폰 출하량 예상치를 낮추지 않은 몇 안 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구글이 픽셀 스마트폰으로 미국과 일본, 유럽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을 빼앗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애플도 2026년 아이폰 출하량을 2025년 대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메모리반도체 원가 상승에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판매 확대에 자신감을 보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구글이 픽셀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이어폰 등 주요 제품의 생산 거점을 2027년부터 모두 중국 이외 국가로 이동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이러한 방침을 주요 협력사들에 전달한 뒤 베트남과 인도 등 다른 국가에 생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구글은 애플과 달리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않고 있어 공급망을 이동하는 일이 비교적 쉽다”고 전했다.
특히 베트남은 삼성전자가 이미 스마트폰 제조 공급망을 구축한 지역이라 구글이 부품 협력사를 확보하기 좋은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닛케이아시아는 “구글은 2026년 픽셀 스마트폰의 사업 전략을 ‘공세’로 정했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출하량 증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았다”는 부품 공급망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