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와 애플에 기회, 스마트폰 시장 '적자생존' 국면 예고

▲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가격이 상승하며 스마트폰 업계 전반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이를 기회로 삼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애플 로고와 반도체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이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 전반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애플을 필두로 전자업체들의 제품 판매가격 인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박리다매’ 전략으로 성장해 온 기업들이 사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반사이익을 볼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5일 닛케이아시아와 로이터, CN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메모리반도체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요 전자업체들의 생존 전략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애플은 우선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아이패드와 맥북 등 제품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최대한 지키는 전략을 앞세웠다.

CNBC는 이를 두고 “공급망 관리에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애플마저 가격을 인상했다는 점은 메모리반도체 원가 상승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의 분석을 전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의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며 2025년 하반기부터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연히 애플을 비롯한 전자업체가 기존에 확보해 둔 메모리반도체 재고를 소진하고 새로 구매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압박이 커졌다.

그러나 모든 제조사가 애플과 같은 제품 가격 인상 방식을 활용하기는 어렵다. 

애플은 599달러(약 92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을 주력으로 해 100달러(약 15만 원) 이상의 가격 인상을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비교적 쉽지만 중저가 제품 중심의 업체들은 판매가를 올리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결국 올해 출하량 목표치를 크게 낮추는 쪽으로 메모리반도체 단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연간 출하량 목표가 2025년 말 제시했던 것과 비교해 15% 이상, 많게는 30%까지 낮아지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에 전했다.

특히 샤오미의 2026년 스마트폰 출하 전망치는 9500만 대로 2025년 1억7천만 대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이 제품을 판매할 때마다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출하량을 줄이는 것이 생존 전략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 조사기관 IDC는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의 출하 감소가 삼성전자와 애플에는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갤럭시S 시리즈와 폴더블 스마트폰 등 고가 제품의 비중이 높아 메모리반도체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와 애플에 기회, 스마트폰 시장 '적자생존' 국면 예고

▲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의 타격이 주로 중저가 제품 중심의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픽 챗GPT 제작>

물론 삼성전자와 애플이라도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수요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2025년 대비 4% 감소하며 애플의 출하량은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을 전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나아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출하량 증가나 점유율 유지보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메모리반도체 원가 상승에 올바른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적자생존’ 국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닛케이아시아는 반도체 기판뿐 아니라 다른 부품의 원가나 시스템반도체 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전자제품 제조사들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사업이 크게 위축되거나 경쟁에서 이탈한다면 자연히 삼성전자와 애플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애플이 부품 원가 상승에 따른 스마트폰 업계 전반의 침체를 성장 기회로 삼는 전략을 본격화하려는 정황도 나타난다.

닛케이아시아는 2일 별도 기사에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2026년 하반기 및 2027년 상반기에 다수의 아이폰 신제품을 선보이며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애플은 출시를 앞둔 첫 폴더블 아이폰의 출하량 목표치를 기존 700만~800만 대에서 1천만 대로 높여 협력사들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협상과 물량 확보에 애플이 여전히 경쟁사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수요 확보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점유율 확장 공세는 결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겨냥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차기 폴더블 스마트폰과 갤럭시S 출시 및 가격 전략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애플도 공급망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를 낮출 수 있다는 내용을 협력사들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애플은 2025년 삼성전자를 넘고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에 올랐다”며 “2026년에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공급망 불안 사태를 정면돌파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