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역대급 폭염에 '에어컨 보급 확대' 목소리 커진다, 삼성전자 LG전자에 수혜 전망

▲ 27일(현지시각) 독일 본에 위치한 UNFCCC 본부 앞에 설치된 온도계가 41도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유럽에서 극심한 폭염 영향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에어컨 보급 확대를 독려하는 의견이 나온다.

유럽 에어컨 시장이 앞으로 수 년에 걸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29일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 정치권에서 극심한 폭염에 대응해 에어컨을 비롯한 냉방 기기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 주요 지역은 5월 말부터 사하라 사막에서 올라온 열기와 서유럽을 중심으로 펼쳐진 열돔 현상이 겹치면서 예년보다 평균 기온이 10~15도 높아지는 이상 현상을 겪고 있다.

서유럽 가장 북쪽에 위치한 영국에서는 26일(현지시각) 수도인 런던의 최고 기온이 39도까지 올라갔다.

남쪽에 위치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47도까지 오르며 관측 역사상 최고 기록을 잇따라 경신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앞서 23일(현지시각) 낮 최고 기온이 44도를 넘어섰고 프랑스 파리도 같은 날 기온이 41도를 넘어섰다.

유럽 폭염은 기세가 줄어들지 않은 채 동쪽으로 더 확산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기준 체코 기상청에 따르면 체코 수도 프라하의 기온은 41도를 넘어섰다.

이에 유럽 정치인들은 에어컨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냉방 기기 보급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지역부터 시작해 대규모 에어컨 보급 계획을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를 보면 유럽 국가의 에어컨 보급률은 평균 20%에 그친다.

특히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정부는 문화재 보존 및 환경 보호 차원에서 에어컨 사용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이는 온열질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이번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자 수가 1천 명을 넘어섰다. 프랑스 공중보건국은 통계가 더 확보되면 사망자 수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리츠 반데 레이드 네덜란드 지방의회 의원도 뉴욕타임스를 통해 “유럽 정부들이 좌파와 녹색당의 헛소리에 휘둘려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에어컨은 가장 효율적인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역대급 폭염에 '에어컨 보급 확대' 목소리 커진다, 삼성전자 LG전자에 수혜 전망

▲ 2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분수대 물 안으로 뛰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 에어컨 시장은 이미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각국 정부의 규제 완화나 보급 확대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다면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21일(현지시각) CNN은 독일 전자상거래 채널을 통해 확인한 결과 5월 독일 내 에어컨 매출은 2025년 5월 대비 약 3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에어컨 매출 총합은 같은 기간에 108%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MI)’는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냉방 기기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2025년 글로벌 냉방 기기 시장 규모는 1949억 달러(약 301조 원) 안팎이었는데 2035년에는 3612억 달러(약 562조 원)에 이르며 연평균 6.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냉방 기기 수요가 늘어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이 주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CNN은 “평균 기온이 상승할수록 널리 알려진 에어컨 브랜드를 갖춘 한국과 같은 나라가 이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상반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를 포함한 주요 유럽 시장에서 두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냉방 기기 수요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유럽 정치권에서 에어컨 사용이 에너지 소비를 늘려 기후변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대응을 적극 지지하던 정당에서도 냉방 기기 활용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프랑스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뉴욕타임스에 “이제는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는 곳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지켜왔던 '금기'를 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