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정부 주도 입찰 방식으로 개편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 중심의 기존 제도를 장기 고정가격계약 중심으로 바꿔 재생에너지 보급을 안정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돈으로 대체하면서 ‘뒷문’을 열어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법 개정안)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는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해당 의무를 가진 발전사들은 직접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짓지 않아도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함으로써 공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기를 생산했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공급인증서다.
문제는 발전사들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늘리기보다 계속 REC 구매에 의존하면서 REC 가격 변동성과 비용 부담 문제가 커졌다는 점이다. 이에 REC 구매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 체계를 폐지하고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물량과 목표를 정한 뒤 경매 방식으로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시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앞서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를 발전사들이 개별적으로 REC를 구매하는 대신 입찰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계획입지, 인허가 간소화, 보증·융자 확대 등을 함께 추진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는 REC 현물시장이나 개별 수의계약보다 정부 주도 경쟁입찰과 장기 고정가격계약 중심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에서는 발전사업자가 변동성이 큰 REC 구매에 있어 정부의 경쟁입찰에 참여하거나 장기계약 확보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새로운 제도에 낙찰 가격, 입찰 물량, 국산 공급망 기여도, 소규모 사업자 별도 트랙 등 하위법령 설계가 발전사업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이번 개정법안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내세우면서도 직접 보급 의무를 피할 수 있는 통로를 남겨뒀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플랜 1.5는 19일 논평에서 “정부는 그간 보급의무 달성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보급대체이행을 제한적으로 인정한다고 밝혀왔으나, 개정안에는 관련 근거 규정이 담기지 않았다”며 “오히려 보급의무를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의무를 유예하거나 상한 없이 대체이행으로 대신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직접 보급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제도화돼 보급 목표 달성을 직접적으로 저해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보급대체이행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보급하지 않고 일정 금액을 납부해 의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민간발전사에 대한 규제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플랜 1.5는 19일 논평에서 또 “현행 RPS 제도는 민간발전사도 공급의무자 범위에 포함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민간발전사를 ‘목표관리대상자’로 별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며 “목표관리대상자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자체적으로 설정하도록 하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실질적인 제재는 최대 과태료 부과에 그친다.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에서 민간발전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점에 비춰, 민간발전사가 보급의무자에서 제외된다면 정부가 내세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법안의 실효성은 하위법령에서 보급대체이행의 범위와 한도, 민간발전사 관리 방식, 입찰 물량 산정 기준 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보급제도가 REC 현물시장 중심의 RPS 체계에서 정부 주도 계약시장 중심으로 바뀌는 만큼 제도 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비용 안정’ 대 ‘민간발전사의 책임’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석천 기자
정부와 여당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 중심의 기존 제도를 장기 고정가격계약 중심으로 바꿔 재생에너지 보급을 안정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돈으로 대체하면서 ‘뒷문’을 열어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상정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법 개정안)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는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해당 의무를 가진 발전사들은 직접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짓지 않아도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함으로써 공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기를 생산했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공급인증서다.
문제는 발전사들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늘리기보다 계속 REC 구매에 의존하면서 REC 가격 변동성과 비용 부담 문제가 커졌다는 점이다. 이에 REC 구매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 체계를 폐지하고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물량과 목표를 정한 뒤 경매 방식으로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시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앞서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를 발전사들이 개별적으로 REC를 구매하는 대신 입찰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계획입지, 인허가 간소화, 보증·융자 확대 등을 함께 추진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는 REC 현물시장이나 개별 수의계약보다 정부 주도 경쟁입찰과 장기 고정가격계약 중심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에서는 발전사업자가 변동성이 큰 REC 구매에 있어 정부의 경쟁입찰에 참여하거나 장기계약 확보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새로운 제도에 낙찰 가격, 입찰 물량, 국산 공급망 기여도, 소규모 사업자 별도 트랙 등 하위법령 설계가 발전사업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이번 개정법안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내세우면서도 직접 보급 의무를 피할 수 있는 통로를 남겨뒀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에 대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플랜 1.5는 19일 논평에서 “정부는 그간 보급의무 달성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보급대체이행을 제한적으로 인정한다고 밝혀왔으나, 개정안에는 관련 근거 규정이 담기지 않았다”며 “오히려 보급의무를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의무를 유예하거나 상한 없이 대체이행으로 대신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직접 보급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제도화돼 보급 목표 달성을 직접적으로 저해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보급대체이행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보급하지 않고 일정 금액을 납부해 의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민간발전사에 대한 규제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플랜 1.5는 19일 논평에서 또 “현행 RPS 제도는 민간발전사도 공급의무자 범위에 포함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민간발전사를 ‘목표관리대상자’로 별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며 “목표관리대상자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자체적으로 설정하도록 하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실질적인 제재는 최대 과태료 부과에 그친다.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에서 민간발전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점에 비춰, 민간발전사가 보급의무자에서 제외된다면 정부가 내세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법안의 실효성은 하위법령에서 보급대체이행의 범위와 한도, 민간발전사 관리 방식, 입찰 물량 산정 기준 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보급제도가 REC 현물시장 중심의 RPS 체계에서 정부 주도 계약시장 중심으로 바뀌는 만큼 제도 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비용 안정’ 대 ‘민간발전사의 책임’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