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견제' 의지 재확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안심하긴 일러

▲ 미국 트럼프 정부가 애플의 중국 CXMT 메모리반도체 구매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애플의 이해관계보다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단기 수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중국과 경쟁 부담을 장기적으로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CXMT 로고 이미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애플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구매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자국 기업의 위기보다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CXMT 및 YMTC와 경쟁에 한시름을 놓게 됐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의 위협을 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재차 중국을 견제하며 메모리반도체 관련주 상승에 다시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메모리반도체를 사용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애플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을 활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대응해 중국 CXMT의 D램을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애플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애플이 CXMT와 기술 협력을 추진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애플은 이를 위해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사실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애플의 중국 반도체 사용 허가와 관련해 딜레마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공급 물량이 부족하고 단가는 대폭 상승한 만큼 중국의 공급망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애플에 생산 차질과 수익성 악화, 제품 가격 인상을 비롯한 타격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과 CXMT의 거래를 허가한다면 지난 수 년에 걸쳐 이어진 중국의 반도체 산업 견제 정책을 역행하는 결정으로 남게 된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정부가 결국 애플 및 미국의 소비자들에 피해를 감수하고 중국의 기술 발전을 저해하려는 정책을 우선순위에 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투자전문조사기관 제프리스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의 현실과 자국 내 공급망 구축 노력 사이에서 갈수록 큰 고민을 안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견제' 의지 재확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안심하긴 일러

▲ 중국 CXMT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전시장 사진.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결정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존 메모리반도체 상위 기업들에 청신호로 꼽힌다.

애플을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를 두고 CXMT나 YMTC 등 주요 중국 경쟁사들과 맞대결을 벌여야 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는 “상무부가 애플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사용을 저지하며 마이크론을 비롯한 기업들에 심각한 장기적 위협을 제거했다”는 조사기관 에이바트레이드의 분석을 전했다.

에이바트레이드의 사이먼 프리드먼 트레이딩 전문가는 델과 HP 등 미국의 서버 제조사들도 중국산 메모리반도체를 구매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정부의 견제에도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경쟁사들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중국이 미국 정부의 견제를 넘어 반도체 산업을 자체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 점차 갖춰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CXMT를 비롯한 기업이 상위 경쟁사들과 빠르게 격차를 좁힐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의 규제가 CXMT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지만 오히려 기술 혁신을 자극하는 계기로 힘을 실어주게 됐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CXMT가 한동안 안정적 수요 기반을 확보하며 연구개발 및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기도 유리해졌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견제로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다소 늦춰질 수 있지만 기술 발전은 오히려 빨라지면서 경쟁사들에 장기적으로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아직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고 기술 격차도 남아 있지만 고립된 환경에서도 혁신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 높은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