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5월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기본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30%, 발전량 100GW(기가와트)를 달성하겠다고 되어 있다. 2025년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비중과 발전량을 모두 3배가량 높인다는 목표인데 이를 실행할 구체적 방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석탄화력특별법)’에 2040년 이후에도 석탄발전소를 남겨둘 여지를 두고 있어 정부가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하며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재기본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놓고 말 뿐이라는 비판 거세
20일 기후에너지분야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날 내놓은 ‘제1차 재기본’에는 목표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빠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기본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발전량 달성이라는 목표의 명문화와 함께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1kWh당 150원 수준인 태양광 발전단가를 2035년까지 80원으로, 180원인 육상풍력 단가도 120원까지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이행할 재원을 누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는 계획에서 빠져있다고 기후솔루션은 지적했다.
또다른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도 논평을 통해 “GW급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공공투자가 필수적”이라며 “그런데 계획 어디에도 정부의 직접 예산 지출 규모와 공적 투자 계획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을 보면 2035년까지 268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되어 있으나 이를 이행할 주체는 명시되지 않았다.
기후솔루션은 같은 날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석탄화력특별법까지 고려하면 정부가 져야 할 재정 부담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석탄화력특별법을 보면 막대한 용량요금(기사 하단 용어설명 참조)이 들어가는 석탄발전소를 2040년 이후에도 남겨둘 여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2040년 이후 설계수명이 남아있는 국내 석탄화력발전기는 모두 21기인데 여기에 지원될 용량요금을 계산해보면 약 10조7천억 원에 달한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에너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2030년 100GW 목표를 명문화한 것은 방향상으로는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2040년 이후에도 석탄발전 21기를 안보전원으로 남기겠다는 방침을 유지한다면 재기본은 시작부터 자기모순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가 약속한 ‘탈석탄’과 에너지 전환은 어디로 갔나"
더구나 지난 19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석탄화력특별법에 2040년까지 폐지하기로 예정된 석탄발전소가 그 뒤에도 유지될 여지를 담은 조항이 있다는 점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석탄화력특별법 제6조를 보면 기후부 장관은 전력계통(전기 생산에서 유통, 소비에 걸친 물리적 설비와 운영 시스템)에 대한 영향 분석을 근거로 석탄발전기를 안보전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
2040년 석탄발전소를 정책상 폐지해야 하는 시점이 와도 전력 계통 내에 예비 전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석탄발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이 조항이 비상 시기를 대비한 장치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며 “전력피크때 석탄발전의 실제 운전까지 가능하게 하는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조항은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정부가 세계 각국에 약속한 2040년 '탈석탄'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석탄화력특별법이 폐쇄된 석탄발전소 부지를 가스 등 다른 화력발전소에 재할당할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기후솔루션은 “석탄화력특별법에는 기존 사업자가 석탄 부지를 활용해 새 화석연료 발전소로 전환하는 것을 막을 수단이 규정되지 않았다”며 “탈석탄 이후 재생에너지 전환의 방향이 이 법으로 전혀 담보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석탄화력특별법 졸속입법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시민단체들은 국회와 정부가 내놓은 석탄화력특별법과 재기본을 놓고 재생에너지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용어설명 참조) 가운데 어느 한쪽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석탄화력특별법에서 기존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재량 규정이었던 발전소 노동자들의 전직 및 고용안정 지원 방안이 의무 규정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해당 규정이 정부가 약속한 정의로운 전환, 탄소중립 경제로 나가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도 “지역사회의 실질적 발전과 노동자의 안정적 고용 전환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법안의 취지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법안은 실행방안을 명확히 보장하지 못한 채 오히려 석탄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사람들은 정부와 국회가 하고 있는 짓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국회 상임위는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석탄화력특별법안을 마음대로 통과시켰다”고 날을 세웠다.
◆ 재기본의 공백 채울 ‘탄소중립산업법’ 시급
앞서 나가고 있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보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국가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친환경 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립된 재기본은 아직 빈껍데기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탄소중립산업법이 녹색 산업 육성 정책의 공백 상황을 채워야 할 것“이라며 ”재기본과 긴밀하게 연동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탄소중립산업법은 2024년 6월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해 발의한 법안이다. 정부가 지원할 ’탄소중립산업‘의 범위를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및 상용화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탄소중립산업법에 따르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외에도 5년 단위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특례, 국가연구개발예산 우선할당, 조세 감면 및 보조금 지급 등 세부사항을 담고 있다.
다만 세부사항에서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은 법안이라 현재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심사 및 부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박지혜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탄소중립법 관련 토론회에서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목표를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과 법제도적인 정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제도적 보완을 차근차근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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