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LFP 양극재 생산 전부터 '솔드아웃', 허제홍 수천억 증설 자금 조달 나선다

허제홍 엘앤에프 대표이사가 LFP배터리용 양극재 주문이 밀려들면서, 생산설비를 확대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허제홍 엘앤에프 대표이사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용 양극재 생산설비 확충을 위한 자금 조달 작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지난달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행예정주식 총수와 사채 발행한도를 조정했다. 교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 발행을 통해 대규모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올해 3분기 국내 양극재 업체 가운데 최초로 LFP배터리용 양극재 양산을 시작한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탈중국 배터리 추세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배터리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회사가 현재 구축하고 있는 생산설비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LFP 양극재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허 대표가 서둘러 신설 설비투자 자금 마련에 나선 것이다.

5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허 대표가 조만간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LFP 양극재 생산설비 확대에 나선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3382억 원을 들여 연산 6만 톤 규모의 LFP 양극재 생산법인 ‘엘앤에프플러스’를 대구에 설립했다. 우선 올해 4월까지 연 3만 톤 규모의 1단계 공장을 준공하고, 올해 3분기부터 본격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까지 3만 톤 규모의 2단계 공장을 추가 구축해 총 연 6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삼성SDI와 1조6천억 원에 달하는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 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4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하며, 생산 규모는 연 20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추정된다. 

엘앤에프가 내년부터 6만 톤의 생산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체 생산량의 3분의 2 이상(약 4만 톤)이 삼성SDI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도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SK온의 미국 LFP 배터리 생산 규모는 연 10~15GWh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에 필요한 양극재는 연 2만~3만 톤 수준이다.

엘앤에프와 SK온은 지난해 7월 북미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엘앤에프가 하반기부터 SK온의 LFP배터리용 양극재까지 공급하게 되면, 회사는 생산능력 한계로 더 이상 주문을 받을 여유가 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도 엘앤에프에 LFP 양극재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중국 상주리원과 연 26만 톤에 달하는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 계약은 2028년 종료된다. 미국과 유럽의 탈중국 배터리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LFP 양극재 생산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엘앤에프를 최우선 협상 대상에 올려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월 “국내 업체와 LFP 배터리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엘앤에프와 잘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이 연 3만 톤 규모의 LFP 양극재 계약을 국내 업체와 체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엘앤에프 LFP 양극재 생산 전부터 '솔드아웃', 허제홍 수천억 증설 자금 조달 나선다

▲ 엘앤에프는 지난 3월24일 삼성SDI와 1조6천억 원 규모의 LFP배터리용 양극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 삼성SDI >


당장 추가 주문 확보를 위해 허 대표는 생산 설비를 추가로 확보하는 게 시급해졌다. 

현재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미국 현지 파트너사 미트라켐이 서둘러 LFP 양극재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미트라켐에 1천만 달러(약 145억 원)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현재는 미시간주에 공장을 짓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

다만 미트라켐의 정부 보조금 수령이 지연됨에 따라 공장 구축 계획도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계획은 2027년 말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었으나, 아직까지 공식 양산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 생산시설 확대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수주 가능성이 높은 계약을 모두 고려하면, 최소 연 4만 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설비 증설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선 최소 2천억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엘앤에프 이사회는 발행예정주식의 총수를 기존 5500만 주에서 1억 주로 늘리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와 동시에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한도를 각각 기존 5천억 원에서 7천억 원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LFP 양극재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대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권과 전환사채를 발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관 변경은 증설 투자과 과련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3월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주식 추가 발행으로 주주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회사가 이를 밀어붙인 것은 그만큼 설비투자 자금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순차입금은 1조3752억 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363%가 넘는다. 2025년에만 이자비용으로 1168억 원을 지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은 더 이상의 차입은 어렵고, 유상증자도 허 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22.34%가 대부분이 담보로 잡혀 있어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정관 변경은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생산설비 확대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구제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트라켐 공장 건설 계획도 아직 별다른 진전 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