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왕일 현대리바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범현대가의 도움으로 중동지역에서 해외 수주 성과를 올리며 매출 공백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현대리바트는 범현대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동 지역의 대형 가설공사를 잇달아 수주해왔다. 최근에도 현대건설로부터 이라크 바스라 해수처리시설 가설공사를 따냈는데 해외 수주가 부족한 매출 기반을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 사장으로서는 국내 가구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시간을 번 셈이기도 하다.
19일 현대리바트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민왕일 사장이 해외 수주를 통해 매출 공백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현대건설이 맡은 이라크 바스라 해수처리시설의 가설공사를 수주했다. 가설공사는 공사 현장에 사무실·부대시설·창고 등 기반 시설과 전기·통신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2025년 9월 해당 프로젝트를 일괄 수주했다.
계약 규모는 1178억 원으로 2025년 매출의 약 8%, B2B(기업 사이 거래) 사업 매출의 20% 수준이다. 최근 6년 동안 현대리바트의 해외 단일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다.
현대리바트는 그동안 현대건설의 중동 플랜트 수주 확대에 맞춰 현지 가설공사 역량을 키워왔다.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 가설공사를 맡는 사례는 흔치 않다. 통상 국내 건설사가 해외 플랜트를 수주하더라도 가설공사는 현지 회사가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현대리바트는 국내 사업에서 쌓은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지 업체들과 경쟁입찰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현대리바트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중동 지역에서의 누적 수주 규모는 7307억 원에 이른다.
▲ 현대리바트의 해외 수주 물량은 최근 해외 가설 수주 5건 가운데 4건이 현대건설 계열 발주로 채워졌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에 열린 현대리바트 팝업스토어 전경. <현대리바트>
현대리바트의 해외 가설 수주 내역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이 현대리바트의 매출 실적 하방을 방어해주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리바트는 2021년 4월 현대건설이 발주한 878억 원 규모의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가설공사를 시작으로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본격 진입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삼성물산 건설이 발주한 554억 원 규모의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기지 확장 현장 가설공사를 수주했다. '범현대가'가 아닌 건설사로부터 따낸 사례는 이 건이 유일하다.
이후 수주는 현대건설을 통해 이뤄졌다. 2022년에는 현대건설이 맡은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가설공사(842억 원)를 확보했고, 2023년에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사우디 아미랄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가설공사(663억 원)를 맡았다.
그리고 올해 이라크 바스라 해수처리시설 가설공사(1178억 원)까지 더해지며 최근 해외 가설 수주 5건 가운데 4건이 현대건설 계열 발주 물량으로 채워졌다.
매출 흐름도 이와 연동되고 있다. 현대리바트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 1조4957억 원, 2023년 1조5857억 원, 2024년 1조8707억 원으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2025년 1조5462억 원으로 뒷걸음질했다.
특히 2025년에는 B2B 사업 가운데 해외 가설 매출이 2024년보다 75%가량 줄었는데 회사는 2024~2025년 신규 해외 수주의 공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리바트는 투자정보(IR) 자료를 통해 올해 1~2건의 해외 신규 수주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이라크 수주 이외에도 추가 계약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범현대가인 현대건설에서 받은 수주 물량은 민 사장이 국내 가구 사업의 실적 개선을 모색할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보인다. 해외 가설 수주가 매출 공백 압박을 방어하는 사이 B2B 가구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 사장은 지난해 10월 현대리바트의 새로운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30년 이상 재무·회계 분야를 맡아온 '재무통'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요 인수합병 과정에서 자금 운용을 총괄하며 보수적 재무 전략과 현금흐름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 민왕일 사장은 2025년 10월 현대리바트의 새로운 수장에 발탁됐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현대리바트 스마트트팩토리. <현대리바트>
이런 성향을 감안할 때 민 사장이 취임 첫 해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손익 구조 개선과 원가 관리 등 수익성 관리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대리바트는 2025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462억 원, 영업이익 157억 원을 거뒀다. 2024년보다 매출은 17.3%, 영업이익은 34.6% 줄었다. 실적 악화의 배경에는 해외 가설공사 수주 공백과 함께 국내 B2B 가구 사업 둔화가 꼽혔다.
국내 가구 산업은 크게 B2B와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의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두 채널 모두 주택 거래와 입주 물량에 연동돼 있는데 최근 부동산 거래 감소와 분양·입주 지연이 이어지면서 가구 교체 수요 전반이 위축됐다.
특히 현대리바트는 가구 사업에서 B2B 의존도가 높다. 가구 사업 매출의 절반 이상이 빌트인·사무용 가구 등 B2B가구 채널에서 나온다. 이런 구조를 감안하면 민 사장이 빌트인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민 사장은 저가 입찰을 지양하고 고급화 품목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주 원가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 수주가 매출 하락을 일정 부분 방어하는 동안 국내 빌트인 사업에서는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B2C 시장에서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업계 1위 한샘은 B2C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2025년 연결기준 매출 1조7445억 원, 영업이익 185억 원으로 2024년보다 각각 4.6%, 20.8% 감소한 부진한 성과를 냈다.
업계 2위인 현대리바트 역시 B2C 가구 사업이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통합 인테리어 브랜드 '집테리어'와 맞춤형 공간 패키지 '더룸' 등 B2C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나 구조적 업황 회복 없이는 두 회사 모두 B2C 채널에서 실적 반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해외 가설공사 외에도 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B2B 신규 프로젝트를 통해 매출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며 "B2C 사업은 유통망 효율화와 체질 개선에 초점을 두고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