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이 16일 중국중앙TV(CCTV)가 방영한 새해맞이 특집 갈라쇼 프로그램에서 무술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유니트리를 비롯한 자국 업체로부터 로봇을 구매하며 시장 마중물 역할까지 도맡아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테슬라나 현대자동차 보스턴다이나믹스로서는 경쟁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의 최대 고객이 정부 당국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방 정부와 국영 기업이 자국 기업에게 휴머노이드를 직접 구매해 박물관과 행사장 및 교통 통제 현장 등에 적극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로봇 업계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최대 구매자였던 당국이 올해와 내년에도 ‘큰손’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은 높은 가격과 제한적 기능으로 아직 대중화하는 시기가 오지 않았는데 정부가 시장 개화를 위해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기관 옴디아는 지난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1만4500대 가운데 중국 업체가 90% 비중을 차지했다고 집계했다.
반면 피겨AI나 어질리티로보틱스 등 미국 업체의 판매량은 150대가량에 그쳤다.
유니트리의 왕싱싱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휴머노이드 출하량이 최대 2만 대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원은 지난해 8월21일 인공지능과 물리적 시스템을 융합한 ‘임베디드 AI’를 최첨단 기술 육성 분야로 낙점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5년 안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대규모 투자금도 조성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모간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2024년 말부터 260억 달러(37조7천억 원)가 넘는 펀드를 조성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과 선전 등 중국 지방 정부는 펀드를 활용해 휴머노이드 구매자에게 가격의 10%를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중국 정부가 휴머노이드를 직접 구매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에 자금까지 지원해 판로를 뚫어주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제품을 구입하고 배치해 기업이 시장을 구축하고 로봇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테슬라나 현대자동차 보스턴다이나믹스에 부담을 키우는 요소라 볼 수 있다.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각각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와 ‘아틀라스’를 개발해서 외부 업체에 공급을 노리고 있는데 중국 업체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 아이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점에 진열된 중국 G1 휴머노이드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옵티머스의 3세대 버전을 공개한 뒤 연말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유니트리를 비롯한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은 이미 고객사는 물론 대중에게도 판매를 시작해 정부 지원까지 받으며 생산을 빠르게 늘릴 여건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는 지난 16일 춘절(음력설) 특집 방송에서 군무를 비롯한 다양한 동작을 선보인 뒤 주문이 늘었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공급망과 제조 원가 등 측면에서 이미 테슬라나 보스턴다이나믹스 등 서구권 기업에 우위를 가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센서와 배터리 및 기타 부품을 포함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광범위한 공급망을 갖췄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1월28일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휴머노이드의 가장 큰 경쟁 상대로 중국을 지목하며 “차원이 다른 강대국”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이 정부 지원으로 판로까지 확보해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면 보스턴다이나믹스나 테슬라와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로봇 업계에는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퍼져 있다”며 “테슬라 역시 로봇 관절용 롤러 스크류나 모터와 같은 부품을 중국 업체에서 조달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 정부가 산업 환경을 조성하고 보조금을 쏟아부어 휴머노이드 시장을 빠르게 키울수록 보스턴다이나믹스나 테슬라에 부담이 커질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휴머노이드 업계가 정부에 과도하게 의존해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지면 거품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