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매각시점을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우건설은 잠재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며 올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주가가 얼마나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대우건설, 올해 V자 반등 기대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0일 “대우건설이 잠재부실을 지난해 회계에 선반영했기 때문에 추가로 부실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며 “올해 V자형 이익반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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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대우건설은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중동을 중심으로 한 해외현장에서 77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반영했다. 엄격한 회계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실적개선의 발목을 잡았던 해외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최근 2년 동안 전국에 약 7만 가구의 주택을 분양했는데 이 물량들은 올해부터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주택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매우 좋은점을 감안할 때 주택부문에서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주택부문에서 매출원가율 81.1%를 보여 수익성이 좋았다. 해외에서 매출원가율이 100%를 보여도 국내 주택사업에서 이익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도시사업도 수익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올해 하반기에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트 신도시사업의 분양결과로 매출 3300억 원, 영업이익 80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박 연구원은 대우건설이 올해 매출 1조1414억 원, 영업이익 6960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2.6%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 결국 주가가 관건
산업은행은 올해 대우건설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았지만 관건은 주가다.
10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일보다 0.17%(10원) 내린 5830원에 장을 마쳤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매입했을 당시보다 주당 1만3천원 정도 낮다.
산업은행은 2010년에 KDB밸류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는데 현재까지 유상증자 등으로 대우건설에 투입한 자금을 모두 합하면 최대 3조2천억 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의 지분가치는 10일 기준으로 1조2255억 원 수준에 그친다. 현재 주가수준에서 매각이 진행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산업은행은 최소 1조7천억 원을 손해보게 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동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주당 1만3천원 정도는 돼야한다”고 말한 것도 너무 큰 손해를 보고는 대우건설을 팔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이 부실을 털어낸 만큼 앞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회장이 기대하는 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손실을 보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대우건설 주가를 보면서 매각시기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도 그 시기를 마냥 연기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매각은 산업은행 개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대우건설의 올해 사업계획과 자금소요계획 등의 재무진단을 회계법인에 의뢰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처음으로 실시하는 재무진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재무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며 매각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