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수수료를 올리고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어떻게 소비자를 위한 조치냐.”
어느 ‘서학개미’(해외주식 개인투자자)가 털어놓은 불만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증권사의 해외투자 마케팅 과열에 제동을 걸면서, 고객 혜택이 줄어든 데 따른 불만을 표한 것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금감원의 ‘증권사 해외투자 실태 점검’ 이후 주요 증권사들은 해외투자 신규 마케팅을 중단하며 눈치 보기에 나서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초부터 해외주식 신규투자자 수수료 무료 정책을 포기했다.
메리츠증권은 애초 내년 말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조기 중단을 선택했다.
기존 메리츠증권 고객의 수수료 무료 정책은 유지됐으나 이 역시 향후 상황에 따라 중단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유진투자증권도 19일 미국 주식의 거래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당초 올해 연말까지 해당 이벤트를 유지할 계획이었다.
키움증권은 전날 미국 주식 텔레그램 채널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채널 구독자는 약 3만7천 명이다. 증권사 텔레그램 공식 채널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실제 많은 이들이 투자 정보를 얻고 있다.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가장 큰 해외주식 정보 창구가 사라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해외주식 마케팅 자제’ 기조에 따라 증권사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해외투자 관련 각종 혜택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주식 투자 증가가 고환율의 배경으로 지적되며 금융당국의 강한 압박을 받은 만큼 손쉽게 없앨 수 있는 혜택부터 줄여 당국 정책에 성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증권사 압박에는 해외주식 투자자를 국내증시로 돌리려는 기대감도 내심 녹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코스피 5천 시대를 목표로 자본시장 확대에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해외주식 투자자가 국내로 돌아온다면 정부로선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다만 고환율시대에 원화 가치의 지속적 하락 우려가 크고 국내 증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 마케팅이 줄어든다고 해외투자자가 국내증시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투자 편의를 줄인다고 국내주식 투자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라며 “오히려 주식시장을 향한 관심이나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당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소비자 혜택을 줄이면서, 자본시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금감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증권사들에게 과대광고를 줄이라고 했을 뿐, 정보제공을 중단하라거나 수수료 정책을 손보라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국의 압박은 증권사들을 눈치 보게 만들었고, 이는 곧 소비자 편의 축소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환율을 방어하고 해외투자자를 국내로 유턴시키기 위한 금융당국의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이날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 혜택은 반갑다.
이번 세제지원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자금을 국내 투자로 전환할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도입해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매각해 원화로 전환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1년)으로 감면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해외투자 혜택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국내투자의 유인책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금융당국에게 환율 대응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환율에만 집중해 소비자 혜택을 줄여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서학개미를 옥죄는 ‘채찍’이 아니라, 동학개미를 키울 ‘당근’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박재용 기자
어느 ‘서학개미’(해외주식 개인투자자)가 털어놓은 불만이다.
▲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해외투자 실태 점검에 나서며 해외투자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증권사의 해외투자 마케팅 과열에 제동을 걸면서, 고객 혜택이 줄어든 데 따른 불만을 표한 것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금감원의 ‘증권사 해외투자 실태 점검’ 이후 주요 증권사들은 해외투자 신규 마케팅을 중단하며 눈치 보기에 나서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초부터 해외주식 신규투자자 수수료 무료 정책을 포기했다.
메리츠증권은 애초 내년 말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조기 중단을 선택했다.
기존 메리츠증권 고객의 수수료 무료 정책은 유지됐으나 이 역시 향후 상황에 따라 중단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유진투자증권도 19일 미국 주식의 거래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당초 올해 연말까지 해당 이벤트를 유지할 계획이었다.
키움증권은 전날 미국 주식 텔레그램 채널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채널 구독자는 약 3만7천 명이다. 증권사 텔레그램 공식 채널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실제 많은 이들이 투자 정보를 얻고 있다.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가장 큰 해외주식 정보 창구가 사라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해외주식 마케팅 자제’ 기조에 따라 증권사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해외투자 관련 각종 혜택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주식 투자 증가가 고환율의 배경으로 지적되며 금융당국의 강한 압박을 받은 만큼 손쉽게 없앨 수 있는 혜택부터 줄여 당국 정책에 성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증권사 압박에는 해외주식 투자자를 국내증시로 돌리려는 기대감도 내심 녹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코스피 5천 시대를 목표로 자본시장 확대에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해외주식 투자자가 국내로 돌아온다면 정부로선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다만 고환율시대에 원화 가치의 지속적 하락 우려가 크고 국내 증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 마케팅이 줄어든다고 해외투자자가 국내증시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투자 편의를 줄인다고 국내주식 투자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라며 “오히려 주식시장을 향한 관심이나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당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소비자 혜택을 줄이면서, 자본시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금감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증권사들에게 과대광고를 줄이라고 했을 뿐, 정보제공을 중단하라거나 수수료 정책을 손보라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국의 압박은 증권사들을 눈치 보게 만들었고, 이는 곧 소비자 편의 축소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 금융당국은 환율상승 원인으로 '해외투자'를 지목하고 있다.
환율을 방어하고 해외투자자를 국내로 유턴시키기 위한 금융당국의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이날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 혜택은 반갑다.
이번 세제지원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자금을 국내 투자로 전환할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도입해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매각해 원화로 전환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1년)으로 감면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해외투자 혜택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국내투자의 유인책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금융당국에게 환율 대응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환율에만 집중해 소비자 혜택을 줄여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서학개미를 옥죄는 ‘채찍’이 아니라, 동학개미를 키울 ‘당근’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