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일명 로봇 개 '스팟'이 지하철 승강장에 놓인 위험물을 검사하는 홍보용 이미지. <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차그룹은 미국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산업용 로봇과 2족보행 로봇(휴머노이드)을 자사 공장과 고객사에 공급하는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각) 미 정부 관계자 2명의 발언을 인용해 “내년에 로봇 산업과 관련한 행정명령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행정명령이 어떤 내용을 담을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미 상무부는 9월 수입산 로봇 부품에 관세를 부과할지 조사에 착수했다.
폴리티코는 미·중 사이 산업 경쟁에 로봇 분야가 최전선으로 떠올랐다며 이번 행정명령도 트럼프 정부가 이에 대응하는 성격으로 바라봤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로봇과 부품의 품질과 비용 측면에서 미국에 앞서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로봇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산업 발전을 논의하고 있다는 내용도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 교통부가 연내 발표를 목표로 로봇 실무 조직을 꾸리고 있다는 관계자 발언도 나왔다. 트럼프 정부가 행정부 차원에서 로봇 산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미국 의회에서도 로봇 산업에 지원사격이 한창이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3월27일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테슬라를 비롯한 로봇 기업 대표를 불러 모아 원탁 회의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폴리티코는 “의회에서도 로봇 산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입법 활동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로봇은 이미 여러 산업 현장에서 자동화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사용자의 일상 생활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씨티그룹은 2050년까지 휴머노이드 한 종류 시장만 해도 7조 달러(약 1경317조 원)로 커질 것이라며 로봇 산업이 가진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더구나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으로 로봇 학습과 운용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로봇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해 트럼프 정부도 본격 견제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테슬라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운영하는 공장에서 작업자가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시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테슬라>
미국 트럼프 정부가 로봇 정책을 적극 펼치면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와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서 양산하려 준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1월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옵티머스를 전기차 제조를 넘어 의료 수술과 같은 작업에도 투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로봇 행정명령 소식이 전해진 3일 테슬라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4.08% 오른 446.74달러(약 65만8천 원)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행정명령에는 미국 로봇 제조업체들을 중국과 경쟁에서 보호하고 판매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자연히 미국에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둔 현대차그룹을 향한 관심도 커질 곳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뒤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개발했다. 이를 자사 공장에 투입하고 외부 고객사에도 일부 공급을 시작했다. 이러한 선제적 투자에 트럼프 정부 지원까지 현실화하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8월26일 미국에 앞으로 4년 동안 260억 달러(약 38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일부를 사용해서 연간 3만 대의 로봇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요컨대 트럼프 정부가 내년부터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로봇 산업을 적극 챙기기 시작하면 테슬라나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에 기회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바클리스의 댄 레비 분석가는 배런스를 통해 “기업들은 미국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과 세금 혜택을 모색하고 있다”며 “정부 개입 확대는 기대감을 증폭시킨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