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북부 보덴에서 지난해 5월 스웨덴 철강사 스테그라의 친환경 제철소 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사들을 향한 정책 지원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 조사를 인용해 녹색철강을 향한 수요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BNEF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저탄소강 공급 계약건수는 약 200건으로 2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스웨덴 철강사 스테그라도 올해 6월 자본시장의 날 행사에서 2030년까지 유럽 녹색철강 시장이 심각한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기준 녹색철강 수요는 약 1900만 톤에 이르지만 공급량은 약 90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녹색철강 생산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활용된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고로 방식에서 산소를 분리하기 위한 촉매로 석탄 기반 코크스 대신 수소를 활용한 것을 말한다. 코크스를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부산물로 물도 나온다.
문제는 수소환원제철은 현재 상용화된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철강사 가운데서는 포스코가 '하이렉스'라는 이름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30년대 중반쯤 상용화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스테그라, SSAB, 티센크루프 등 유럽 철강사들이 목표로 잡고 있는 2027~2030년보다 뒤늦은 것이다. 이는 포스코가 향후 몇 년 뒤 이들 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한 각종 탄소 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으며 배출권거래제도 등 국내외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기존 철강 제품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국내에서는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빠르게 탈탄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한 포스코 파이넥스 2공장 전경. 파이넥스 2공장은 올해 말에 폐쇄된다. <포스코>
철강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본 응답자 가운데 80%는 "국제적 탈탄소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위기의 사유로 들었다.
기후대응이 철강산업 경쟁력은 물론 지역경제의 생존과도 직결된다는 인식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이번 달 4일 공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서 수소환원제철 실증과 청정수소 확보 등을 포함했으나 이를 위한 구체적 이행 전략과 실행 로드맵은 빠져 있었다.
기후솔루션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77.0%는 "정부가 탈탄소 전환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답했고 61.9%는 "철강의 중요성과 비교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혜빈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은 "수소환원제철,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등 핵심 인프라는 1~2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며 현재 제시된 전환 로드맵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도 보다 빠른 준비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 시장이 이미 저탄소 고급강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은 석탄 기반 고로 폐쇄와 저탄소 공정 전환의 속도를 높여 지역의 절박한 우려에 실질적으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