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3세' 전병우 입사 6년 만에 전무로, '불닭 그 뒤' 성과 과제 '첩첩산중'

▲ 전병우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전무가 회사 실적 호조 속 승진 가도를 달리면서 이를 정당화할 만한 역량을 입증해야 할 과제 또한 무게감을 더해가고 있다. 사진은 전병우 삼양식품 신임 전무. <삼양식품> 

[비즈니스포스트] 전병우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전병우 전무는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브랜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쾌조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이를 정당화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 또한 무게감을 더해가고 있다.

전 전무는 ‘불닭’의 성공을 이을 그룹 신사업 분야를 두루 이끌어왔지만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전무를 단 그의 행보에 업계 시선이 쏠린다.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는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전병우 COO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고 17일 밝혔다. 삼양식품에 입사한 지 6년 만, 상무로 승진한 뒤로는 2년 만이다. 

전 전무는 올해 들어 COO와 기존 삼양식품 헬스케어BU장을 함께 맡고 있다. 모든 C레벨 임원을 총괄하는 동시에 그룹 핵심 미래성장 동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전 전무는 2019년 10월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이듬해 6월 경영관리부문장 이사로 승진하며 임원을 달았다. 2022년 7월 삼양애니 대표이사에 올랐고, 2023년 10월 상무로 승진하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겸임했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5월 신사업본부를 없애고 헬스케어BU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하면서 헬스케어BU장을 맡았다. 

삼양식품은 불닭 제품군의 글로벌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1~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7141억 원, 영업이익 3849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50% 뛰었다. 해외 매출 비중은 81%에 이른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3446억 원)을 넘어섰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을 본격화한 2016년부터 2021년 한 해를 제외하곤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양식품이 역대 최대 실적을 잇달아 갱신하면서 해당 성과를 앞세워 자연스레 오너 3세 후계자가 승진하는 모양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이번 승진 인사와 관련해 “전병우 신임 전무는 불닭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사업 확장을 총괄해 온 실적을 인정받았다”며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주도해 해외사업의 성장 동력을 마련했으며, 코첼라 등 불닭브랜드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전 전무는 1994년생으로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식품업계 오너3세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담서원 오리온 경영지원팀 전무는 1989년생,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전무는 1993년생이다. 

김정수 부회장은 2011년 매운 찜닭집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을 보고 지금의 삼양식품을 일군 불닭볶음 제품 개발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전무는 삼양식품의 실적 호조 속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불닭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업적을 쌓는 길은 그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때마침 삼양식품은 11월 초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개발한 ‘삼양1963’을 출시했다. 삼양1963을 시장에 안착시키고 새로운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면 후계자로서 전 전무에 관한 평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양식품 3세' 전병우 입사 6년 만에 전무로, '불닭 그 뒤' 성과 과제 '첩첩산중'

▲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에서 ‘삼양1963’ 제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로 K라면 글로벌 수출을 이끌고 있지만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에 그친다. 1989년 ‘공업용 우지(소기름)를 썼다’는 익명 투서에서 촉발된 ‘우지 파동’ 여파가 컸다. 1995년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지 타격을 받은 뒤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1963년 한국 최초 인스턴터 라면을 내놨던 원조 라면업체 삼양라면은 1980년대까지 국내 라면시장에서 70%대의 압도적 점유율을 나타냈다.

삼양1963은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이 됐던 우지로 면을 튀겨 차별화한 제품이다. 광고에는 우지 파동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던 당시 직원들을 담았다. 유튜브에 게재한 ‘무죄 판결 받은 라면이 돌아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는 2주 만에 조회수 63만 회를 넘어서며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고 있다.

실제 흥행으로 이어지는 데는 소비자들의 가격 수용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양1963 판매 가격은 마트 정상가 기준 1봉당 1538원이다. 국내 시장 판도를 뒤집기 위해 제조 단가가 높은 액상 스프, 후첨분말후레이크를 적용한 삼양식품 최초의 프리미엄 라면 제품이다.

전 전무는 지금껏 삼양식품의 신사업 방향성이 구체화되는 흐름에 따라 회사의 핵심 성장 동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2023년 9월 비전선포식을 열고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와 문화예술 중심의 ‘이터테인먼트’를 미래 성장의 두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전 전무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문화적으로 즐기는 이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주도하는 삼성애니 대표이사를 지냈다. 삼양애니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2021년 12월 디지털 콘텐츠와 캐릭터, 커머스 플랫폼 등 신사업을 위해 설립한 100% 자회사다. 하지만 삼양애니는 전 전무가 수장으로 이끄는 동안 연간 6~7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5월 신사업본부를 없애고 헬스케어BU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신사업본부를 이끌던 전 상무가 헬스케어BU장을 맡았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0월 말 헬스케어BU의 첫 성과물인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현 펄스랩)를 론칭하고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간편식, 단백질 음료 등 신제품을 출시했다. 올해 7월에는 브랜드 명을 펄스랩으로 변경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축소하는 등 전면 재단장을 단행했다. 건기식 제품과 단백질 음료를 단종하고 냉동 스낵 간편식 제품 2종만을 취식하기 편한 형태로 리뉴얼해 새로 내놓았다.

아직 헬스케어 사업의 성과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헬스케어BU 아래 뉴트리션사업부의 상반기 매출은 14억 원으로 삼양식품 전체 매출의 0.12% 수준에 그친다.

전 전무는 불닭 시리즈의 흥행을 잇기 위해 2023년 8월 출시한 국물라면 ‘맵탱’의 제품 기획부터 출시,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 맵탱은 출시 뒤 1년 동안 월 평균 판매량 250만~300만 개를 기록하며 시장에 자리잡았지만 불닭볶음면과 양대산맥을 이룰 만한 브랜드로 안착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FIS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불닭볶음면은 소매점에서만 매출 1472억 원을 기록했다. 1개당 가격 1천 원 기준으로 추정한 판매량은 1억4천만 개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 후계자들에게는 신사업과 새 브랜드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는 게 공통 과제”라며 “불닭볶음면의 세계적 흥행이 후계자에 입장에서는 부담인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