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 '가동 중단' 초강수, LG엔솔에 '한파' 예고 

▲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공장. 이 공장은 2026년 1월부터 6개월가량 문을 닫는다. <얼티엄셀즈>

[비즈니스포스트] GM이 미국에서 운영하던 배터리 공장 가동을 반 년가량 중단하는 ‘초유의 강수’를 예고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LG에너지솔루션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선제적 대미 투자로 미국에 다수의 생산설비를 갖췄는데 미국 현지 전기차 판매 둔화와 정책 악재에 직면해 한동안 ‘한파’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GM은 29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와 오하이오주에 운영하는 ‘얼티엄셀즈’ 배터리 공장 가동을 내년 1월5일부터 6개월가량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설립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GM은 또한 테네시와 오하이오 공장에서 각각 850명과 700명의 인력을 일시적으로 해고한다. 

여기에 오하이오 공장에서는 550명을 무기한 해고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지은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모두 2100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고 반년 동안 문을 닫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GM측에서 파견했던 인력이 해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GM은 감원과 공장 가동 중단의 이유로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도입 속도가 늦고 세액공제 종료 등 정책적 악재까지 겹쳤다는 점을 들었다.

GM은 올해 5월 뉴욕주 공장에 3억 달러(약 4270억 원)를 투자해 전기차 모터를 생산하겠다고 하던 계획을 철회한 것을 비롯해 전기차 관련 투자를 계속 줄이고 있다.

이에 GM의 전기차용 배터리 최대 협력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영향권에 든 것이다. 

GM은 29일 성명을 통해 “단기적으로 전기차 도입이 늦어지고 규제 환경이 바뀌면서 전기차 생산 능력을 재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대미 선제 투자로 미국에만 배터리 단독 및 합작공장 7곳을 설립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현지 설비를 기반으로 GM을 포함해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등 다양한 미국 내 고객사를 상대로 수주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 LG에너지솔루션가 선제 투자했던 공장 일부를 놀리게 된 셈이다. 
 
GM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 '가동 중단' 초강수, LG엔솔에 '한파' 예고 

▲ 얼티엄셀즈 임직원이 2024년 12월5일 미국 오하이오주 워런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에서 연 1억 번째 배터리셀 생산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다. < GM > 

미국 전기차 업계는 최근 투자 규모가 급감하고 있다.

미국 씽크탱크 클린인베스트먼트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전기차 관련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30%가량 감소한 81억 달러(약 11조5600억 원)로 집계됐다. 

트럼프 정책으로 GM과 같은 전기차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공장 문을 닫을수록 미국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단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합작공장 가동 중단이 생산 효율화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30일에 열린 2025년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GM의 감원과 공장 가동 조절 계획은 최근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공장 효율화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수요 축소에 맞서 에너지전환장치(ESS)용 배터리 생산을 늘려 대응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 등으로 미국 ESS 수요가 늘자 LG에너지솔루션도 미리 깔아 놓은 생산 설비를 활용해 여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ESS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것”고 강조했다. 
 
CNBC에 따르면 GM 또한 배터리 합작공장 가동을 멈추는 동안 설비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재가동까지 기술을 개선하거나 운영 효율을 높여 미국 전기차 시장이 반등할 시점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제적 투자로 구축한 미국 배터리 설비를 ESS용으로 얼마나 잘 활용할지 여부가 GM과 같은 전기차 고객사의 전략 수정 대응에서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29일자 기사를 통해 “미국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전환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에 충격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