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는 가운데 정유사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효율성이 높은 석유화학설비를 유지하는 대신 석유화학사의 노후설비를 부담하는 수직통합 형태의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어 향후 사업 확대의 기회를 맞을지 주목된다.
2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를 중심으로 하는 수직통합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국내 기초유분 시장에서 정유사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연간 370만 톤의 설비 폐쇄가 석유화학사의 노후 설비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정유사들이 국내 NCC 설비의 최대 60~70%를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사와 정유사의 NCC 통합 운영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요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유사는 직접 NCC를 운영하며 기초유분 원가를 낮출 수 있으며 석유화학사를 안정적 기초유분 공급처로 삼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친환경차 판매 확대로 정유산업의 장기적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비정유부문 사업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크다는 점도 정유사가 NCC 구조조정에 나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의 정유사들과 NCC 구조조정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을 살펴보면 현재 1301만 톤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석유화학사는 1042만 톤으로 80%, 정유사는 259만 톤으로 20%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유사 중심 수직통합 형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1111만 톤으로 감소하면서 생산 비중도 정유사 68%(757만 톤), 석유화학사 32%(354만 톤)로 변화하게 된다.
최근 NCC 설비 구조조정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정유사로는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가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지역의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놓고 롯데케미칼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구조조정으로 연간 195만 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정유와 석유화학 사이의 가치사슬 연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는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60%와 4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중심으로 롯데케미칼이 NCC 설비를,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을 출자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에서 넘겨 받을 설비의 가치 평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GS칼텍스도 LG화학과 여수지역 NCC 통폐합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논의가 현실화할 경우 GS칼텍스는 298만 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기존 생산능력인 90만 톤에서 3배 넘게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석유화학업계에선 GS그룹과 LG그룹은 계열 분리 이후에도 비교적 긴밀한 사업적 연계가 지속되고 있으나 이번 구조조정 과정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GS칼텍스의 경우 GS에너지와 셰브론이 각각 50%의 지분율을 가지고 운영하는 공동기업으로 신규투자 의사결정 과정이 비교적 복잡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LG화학도 NCC 설비가 대부분 전방산업(다운스트림) 제품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설비 통합의 성사 여부와 구체적 방식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오랜 업황 악화로 차입규모가 과거 대비 상승한 상황에서 수직통합 과정에서의 자금소요는 상당한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정유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설비(HPC) 투자와 HD현대아로마틱스 지분 50% 인수·흡수합병으로 기존 차입금이 이관되는 등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하면서 2025년 6월 말 HD현대오일뱅크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8조8천억 원까지 확대됐다.
GS칼텍스는 2025년 6월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 3조7천억 원, 부채비율 69%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부문 영업현금창출 축소와 혼합원료분해설비(MFC) 투자실적 지연으로 현금창출력이 2022년 5조 원 대에서 2025년 상반기 4천억 원대로 하락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외 주요 정유사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NCC 구조조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모양새다.
SK그룹 에너지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 아래 SK에너지는 사업구조 재조정 기조에 따라 같은 계열의 SK지오센트릭과 NCC 구조조정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대신 대한유화와 통합이 거론됐지만 양측 모두 합병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 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협의가 최근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에쓰오일은 사힌프로젝트를 통해 자체적으로 대규모 NCC 설비 구축에 나서며 구조조정과 상관 없는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석유화학산업의 수급여건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석유화학 업계는 자율적으로 에틸렌을 기준으로 연간 생산능력을 최대 370만 톤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2026년 하반기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될 경우 실질적 국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 감소량는 190만 톤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025년 글로벌 에틸렌 순증설 규모도 1100만 톤에 이르며 2026년에도 1500만 톤 규모의 순증설이 예상된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NCC 설비 감축 규모와 관련해서 어느 업체가 어느 정도의 물량을 분담할 지를 놓고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산업단지 내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 사이 설비통합 및 감축이 가장 이상적 방안이지만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경래 기자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효율성이 높은 석유화학설비를 유지하는 대신 석유화학사의 노후설비를 부담하는 수직통합 형태의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어 향후 사업 확대의 기회를 맞을지 주목된다.

▲ NCC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이 검토되는 가운데 정유사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모습. < HD현대오일뱅크 >
2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를 중심으로 하는 수직통합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국내 기초유분 시장에서 정유사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연간 370만 톤의 설비 폐쇄가 석유화학사의 노후 설비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정유사들이 국내 NCC 설비의 최대 60~70%를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사와 정유사의 NCC 통합 운영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요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유사는 직접 NCC를 운영하며 기초유분 원가를 낮출 수 있으며 석유화학사를 안정적 기초유분 공급처로 삼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친환경차 판매 확대로 정유산업의 장기적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비정유부문 사업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크다는 점도 정유사가 NCC 구조조정에 나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의 정유사들과 NCC 구조조정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을 살펴보면 현재 1301만 톤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석유화학사는 1042만 톤으로 80%, 정유사는 259만 톤으로 20%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유사 중심 수직통합 형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1111만 톤으로 감소하면서 생산 비중도 정유사 68%(757만 톤), 석유화학사 32%(354만 톤)로 변화하게 된다.
최근 NCC 설비 구조조정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정유사로는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가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지역의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놓고 롯데케미칼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구조조정으로 연간 195만 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정유와 석유화학 사이의 가치사슬 연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는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60%와 4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중심으로 롯데케미칼이 NCC 설비를,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을 출자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에서 넘겨 받을 설비의 가치 평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GS칼텍스도 LG화학과 여수지역 NCC 통폐합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논의가 현실화할 경우 GS칼텍스는 298만 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기존 생산능력인 90만 톤에서 3배 넘게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석유화학업계에선 GS그룹과 LG그룹은 계열 분리 이후에도 비교적 긴밀한 사업적 연계가 지속되고 있으나 이번 구조조정 과정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GS칼텍스의 경우 GS에너지와 셰브론이 각각 50%의 지분율을 가지고 운영하는 공동기업으로 신규투자 의사결정 과정이 비교적 복잡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LG화학도 NCC 설비가 대부분 전방산업(다운스트림) 제품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설비 통합의 성사 여부와 구체적 방식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오랜 업황 악화로 차입규모가 과거 대비 상승한 상황에서 수직통합 과정에서의 자금소요는 상당한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정유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설비(HPC) 투자와 HD현대아로마틱스 지분 50% 인수·흡수합병으로 기존 차입금이 이관되는 등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하면서 2025년 6월 말 HD현대오일뱅크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8조8천억 원까지 확대됐다.
GS칼텍스는 2025년 6월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 3조7천억 원, 부채비율 69%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부문 영업현금창출 축소와 혼합원료분해설비(MFC) 투자실적 지연으로 현금창출력이 2022년 5조 원 대에서 2025년 상반기 4천억 원대로 하락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외 주요 정유사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NCC 구조조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모양새다.
SK그룹 에너지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 아래 SK에너지는 사업구조 재조정 기조에 따라 같은 계열의 SK지오센트릭과 NCC 구조조정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대신 대한유화와 통합이 거론됐지만 양측 모두 합병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 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협의가 최근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에쓰오일은 사힌프로젝트를 통해 자체적으로 대규모 NCC 설비 구축에 나서며 구조조정과 상관 없는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석유화학산업의 수급여건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 국내외 석유화학산업의 수급여건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NCC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에쓰오일이 진행하는 샤힌 프로젝트 공사장의 모습. <에쓰오일>
석유화학 업계는 자율적으로 에틸렌을 기준으로 연간 생산능력을 최대 370만 톤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2026년 하반기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될 경우 실질적 국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 감소량는 190만 톤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025년 글로벌 에틸렌 순증설 규모도 1100만 톤에 이르며 2026년에도 1500만 톤 규모의 순증설이 예상된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NCC 설비 감축 규모와 관련해서 어느 업체가 어느 정도의 물량을 분담할 지를 놓고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산업단지 내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 사이 설비통합 및 감축이 가장 이상적 방안이지만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