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E&A가 올해 해외건설 수주에서 고전하고 있다.

다만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은 중동 지역에서 화공 플랜트 수요 증가하는 흐름을 타고 하반기부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E&A 해외 발주 늦어져, 남궁홍 '중동 화공 바람' 타고 하반기 반전 노려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


11일 해외건설협회가 내놓은 수주통계를 보면 한국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372억4천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9억6천만 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단일 계약 규모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체코 원전 187억 달러 수주 건을 제외해도 올해 8월까지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 규모가 예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삼성E&A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E&A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60억8100만 달러를 수주해 국내 기업 가운데 해외건설 수주금액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8억4600만 달러를 수주해 4위에 머물렀다.

삼성E&A는 7~8월에도 해외건설 수주에서 2600만 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인펙스 아바디 온쇼어 LNG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 1건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남궁 사장은 현재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해외에 대형 파이프라인(수주 후보군)이 존재하나 최근 중동 지역에서 최종 투자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삼성E&A는 올해 수주 실적이 10조4천억 원으로 연간 목표치인 11조5천억 원에 다소 못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남궁 사장으로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해외건설 수주 규모를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화공 설비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국가들은 이전까지 원유 수출에 주로 의존해 왔으나 이제는 직접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능력까지 갖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직접 원유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COTC(Crude Oil To Chemicals) 기술을 통해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NCC(나프타분해설비) 업체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석유화학 생산능력 확대는 한국 석유화학 기업에 주요 위협 요인이 될 정도다.

삼일PwC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위기의 K-석유화학, 팀 코리아로 돌파하라‘ 보고서를 통해 “원유만 수출하던 중동 산유국들은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확산으로 화석연료 입지가 좁아지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가 석유화학산업 진출”이라며 “생산비용과 운송비가 함께 절감되면서 중동의 에틸렌 생산 손익분기점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인 100달러 이하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E&A 해외 발주 늦어져, 남궁홍 '중동 화공 바람' 타고 하반기 반전 노려

▲ 삼성E&A는 중동에서의 석유화학 생산능력 확대에 힘입어 수주 실적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궁 사장이 중동에서 수주 활동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동 국가들의 석유화학 생산능력 확대는 삼성E&A에게 수주 기회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남궁 사장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 위치한 삼성E&A(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의 중동지역 총괄법인인 SEUAE의 법인장을 맡으며 삼성E&A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남궁 사장은 중동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23년부터 현재까지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삼성E&A를 이끌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 등으로 지역 전반에 걸쳐 각종 수주 일정이 미뤄지고 있으나 이르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부터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E&A는 당장 올해 하반기 중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5억 달러 규모의 SAN-6 블루암모니아 생산설비를 비롯해 내년 상반기까지 35억 달러 규모의 카타르 NGL 5, 아랍에미리트에서는 15억 달러 규모의 애드녹 가스플랜트 확장공사 등에서 수주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E&A는 화공에서 세계적 흐름에 맞게 가스와 그에 파생되는 암모니아, 메탄올 공종 등 수주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라며 “삼성E&A의 화공과 비화공은 모두 올해가 실적 바닥으로 보이며 최소 2028년까지는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