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이사 행장이 2025년 4월1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토스뱅크 2025 미디어데이’ 간담회에서 토스뱅크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토스뱅크>
재미있는 점은 은행의 본업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순이자손익만 놓고 보면 토스뱅크가 2위인 케이뱅크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자이익을 만들어내는 능력, 즉 사업의 ‘엔진 출력’은 더 강하다는 의미인 동시에 겉으로는 ‘돈을 잘 버는 은행’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는 통로에서 막힘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 최초의 여성 행장이자 은행권에서 보기 드문 이공계 출신 인재인 이은미 행장은 ‘리스크 재설계’를 통해 토스뱅크의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 순이자손익 2위에도 당기순이익은 3위, 해답은 ‘충당금’
토스뱅크는 2024년 기준 당기순이익 457억 원을 내며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2위 케이뱅크와의 차이는 823억 원으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재무제표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다른 얼굴이 보인다. 토스뱅크의 2024년 기준 순이자손익은 7641억 원, 케이뱅크는 4815억 원으로 오히려 토스뱅크가 큰 폭으로 앞선다. 은행의 본업경쟁력 자체는 토스뱅크가 케이뱅크에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종 성적표에서 토스뱅크가 케이뱅크에 밀린 이유는 ‘신용손실 충당금’에 있다. 2024년 토스뱅크는 5246억 원을 신용손실충당금으로 적립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가 적립한 신용손실충당금은 2648억 원이다.
신용손실충당금은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비용이다. 장부상으로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쌓을수록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충당금 전입액이 크다는 것은 대출 포트폴리오의 위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신호다.
실제로 토스뱅크와 케이뱅크가 보유한 대출채권과 충당금을 직접 비교해보면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2024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토스뱅크의 대출채권 장부금액은 18조600억 원, 케이뱅크의 대출채권 장부금액은 24조4천억 원으로 케이뱅크가 훨씬 높다.
하지만 적립한 충당금은 토스뱅크는 대출채권 충당금만 3853억 원, 케이뱅크는 전체 충당금이 3378억 원으로 토스뱅크가 오히려 높다. 토스뱅크의 충당금 설정률이 케이뱅크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신용대출은 취급이 빠르고 수익률이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경기 변동과 차주의 상환능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손실 발생 가능성이 담보대출보다 더 높다.
손실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 은행은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자이익에서 벌어들인 성과가 충당금이라는 비용 항목에서 상당 부분 상쇄된다.
◆ 토스뱅크의 리스크 직시, 이은미 주담대로 풀어나간다
2023년 말 취임한 이은미 행장은 토스뱅크의 리스크 구조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이 행장은 전자계산학(컴퓨터공학) 전공의 이공계 출신이면서 HSBC 아시아퍼시픽 CFO를 비롯해 도이치은행, SC제일은행, 대구은행 전략기획 등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요직을 거쳤다.
데이터와 재무, 전략에 모두 능한 인물인 셈이다.
이 행장이 토스뱅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시한 방책이 바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의 출시다. 토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주담대 상품이 없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케이뱅크는 2020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
주담대는 담보가치를 확보하고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대출채권 회수 가능성이 매우 높고, 따라서 신용손실충당금 적립률이 낮다. 충당금이 줄면 손익의 변동성이 완화된다. 은행의 순이익 구조가 근본부터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올해 4월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내년 주담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주담대는 한 번 나가면 30년, 그 이상도 가기 때문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올해 5월 이재형 전 하나은행 디지털채널부 부장을 토스뱅크 여신총괄책임자로 선임하면서 주담대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주담대 출시를 위한 부동산 자동가치평가모형(AVM)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내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충당금 설정 비율과 관련해 결국 중요한 것은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 가운데 주담대 등 리스크가 낮은 대출의 비중"이라며 "수익성과 리스크 사이에서 줄타기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위해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라며 "다만 아직 초기 단계로 상품 출시 시기 등 구체적인 일정을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